겨울에 찾아간 제주도 바다에는
얼음으로 된 가시가 돋혀 있었다.
뭔가, 잊은 것은 없냐고
나는 네가 한 짓을 모두 기억하고 있노라고
날 선 가시 끝을 들이밀며 나를 채근한다.
영하의 파도에 실려온 바람이 살갗을 스쳐 지나가면
하나 둘, 아픈 기억이 파란 바다 도화지 위로 떠오른다.
밀려오는 파도 한 번에 한 단어씩.
나는.
그때.
왜.
꾹 다문 입 안에 여러 말이 감돌다
목구멍 너머로 다시 몸을 감추고
날카로운 바람 소리에 마음 한 조각 실어 보낸다.
미안해.
그리고
행복하길.
어릴적, 세상을 잘 모르고
남에게 준 아픔이 결국
내게 남긴 상처임을 깨닫지 못했던
지난 날을 떠올리며
겨울 바다는
그렇게 해변으로
얼음으로 된 바람을 실어나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