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햇살에 눈을 떴다.
오전 7시가 조금 지난 시간.
낯선 공기, 낯선 방. 낯선 풍경.
창밖으로
발코니에 기대선 채 햇살을 즐기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한 고운 노부인이 시야를 사로잡았다.
체코의 첫 아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림이 걸려있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걸음마다
오래된 나무의 삐걱거림이 서툰 피아노 소리처럼 울린다.
옛 수도원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이 호텔은
모든 것이 기분좋게 낡아있었다.
오래된 나무에서 나는 냄새는
마치 고서가 가득 찬 도서관에 온 것 같은 차분함을 주었다.
식당에 도착하자 넓은 홀에 음식 냄새가 가득하건만
손님은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다.
느긋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살을 맞는다.
참, 기분좋은 아침이다.
어디선가 은은하게 샹송이 흘러나온다.
수줍은 미소를 띤 아가씨가 다가와 묻는다.
커피 드릴까요?
예스, 플리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잔.
여유로운 발소리가 테이블에서 멀어진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한 음 한 음 지나가는 노래소리만이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어디선가 참새가 지저귄다.
그리고 이어지는 날갯짓 소리.
이런 걸 평화롭다고 하는 것인가보다.
그래, 급할것 있나.
혼자 떠난 여행.
내가 오직 나일 수 있었던 잊지 못할 그 여행의 첫날을
그렇게 시작했었다.
가끔,
그 평화롭던 햇살과, 나무의 삐걱임과, 샹송의 은은한 곡조가 떠오르곤 한다.
생각이 복잡할 때면
언제고 눈을 감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의 평온을 주는 곳.
홀로 떠났던 그 해의 유럽 여행은
바로 그 순간을
내 삶에 남기기 위해 존재했던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