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남중, 남고, 공대, 군대, IT 회사로 이어지는 남초 집단 출신입니다.
20대 중반까지는 여성을 상대로 말도 제대로 못 걸 정도로 여성분들에 대한 부끄러움과 공포심이 상당했습니다.
남녀공학에 다닌다는 친구들을 보면 주변에 여사친도 많고, 삼삼오오 몰려 다니면서 참 재미있게 지내던데, 어릴때 저는 그게 신기하면서도 늘 부러웠습니다. 제 주변에는 전부 시커먼 남자들 뿐인데, 누구는 남녀 공학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떡볶이 집에서 여학생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떡볶이를 나누던, 주변 학교 남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저는 부러움과 배아픔으로 가슴이 이글이글 타올랐습니다(...) ㅎㅎ
사회에 진출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낯짝도 두꺼워지고 이성 동료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이런 부끄러움도 차츰 없어졌습니다.
이성들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가 많아졌는데 간혹 여성들이 겪는 성범죄에 대한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왔습니다. 여성이라면 살면서 크고 작은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다고 합니다. 심지어 성폭행을 당하는 친구들도 주변에 한둘씩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제 지인들이 과장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누굴 만나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그리고 또래 친구들로부터. 학교 밖에 나가면 길거리의 동네 어른들은 물론이고, 운동을 배우는 곳, 학원, 종교시설.. 그리고 나이가 먹으면 직장이나 대학 등등의 장소에서, 심지어 출근길 전철에서도..
최근에도 제 지인 중 한 사람은 길을 가는데 남자가 뒤에 달라붙어서는 '다리가 섹시하다, 시간 되느냐?'라고 물어서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합니다. 또 한 지인은 길을 걷다가, 벌건 대낮에 경차가 옆에 붙더니, '10만원 줄게. 하루만 애인 대행을 하자'했다고 합니다. 지인이 이 변태의 제안을 거부했더니 바지를 내리고 자위행위를 했다고 합니다(...)
뭐 이런 상황 뿐 아니라, 조금만 친해진다 싶으면 스킨십을 해오는 남자들 때문에 무섭고 불쾌했다는 이야기는 숱하게 들었습니다.
남자들의 머릿속에는 늘 섹스 생각 뿐이고, 그 판타지 상대는 누구라도 가리지 않는 다는 것쯤은 남초 집단에 있었던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걸 실제로 실행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남성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기전에는 몰랐습니다.
종합해보면 집단이나 장소가 문제가 아니라, 남자가 있는 곳은 여성들에게는 전부 긴장해야 하는 장소가 돼 버린 다는 것이었습니다. 괜히 여성들이 모르는 남자를 보면 '무섭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게 아니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늘 이런 긴장을 안고 살아야 하는 여성들의 스트레스는 얼마나 클까요?
'모든 남자가 잠재적 성범죄자다'라는 여성 단체의 의견은, 무시해도 될 정도로 편향된 의견입니다. 일부 남성들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범죄로 연결시키는게 문제겠지요.
1명의 변태가 하루에 10명의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으면, 그 1명이 1년간 3,650명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이런 변태가 100명이면 1년에 희생자는 36만 5,000명이 나옵니다.
남성 인구를 2,500만으로 잡고 이 중 1%를 잠재적 성범죄자로 본다고 해도 무려 25만명이네요. 앞의 1명당 하루 10건이 과장된 계산이라 치고, 잠재적 성범죄자들이 1년에 한번만 범죄를 저지른다고 해도 1년에 25만 명의 피해자가 나옵니다. 여성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남자를 조심해가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론 여성들이 겪을 그런 불편함에 대해서 안타깝게도 생각되었습니다. 남자로 태어난 저는 살면서 한번도 그런 걱정을 해본적도 없거니와 그런 세상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저 좋아하는 친구들과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면서 어떤 전략으로 친구를 이겨줄지 정도만 고민하며 살았죠. 나이를 먹으면서는 돈 벌 궁리만.. 모르는 사람이 내 몸을 더듬고, 주물럭거리며, 심지어 내 바지를 벗겨서 겁탈하려 한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그런 공포감을 안고 살아가는 스트레스 자체가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여성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우리나라 문화와 정서는 여성에게 억압적인 구조였습니다. 남녀상하 주종관계가 명확했고, 여성은 상대적으로 약자였습니다. 성범죄를 당하고도 속으로만 끙끙 앓는 여성이 많았던 것은 그런 이유들에 기인합니다. 가령 회사 상사에게 성범죄를 당했다고 털어놓아도, 피해 여성만 회사에서 해고 당하고 가해 남성은 회사에 잘 다니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간혹 잔인한 남성들은 신고 여성을 '미친년'으로 취급하거나 되려 '사회에서 매장 시켜버린다'면서 위압을 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여성들은 이런 억압적인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최근 일어나는 미투운동은 그래서 더 경이롭고, 그래서 더 응원하게 됩니다.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비열한 변태들의 민낯을 샅샅이 끌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용기를 낸 여성들에게 박수와 찬사를 보냅니다. 여러분들의 용기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듭니다. 시대가 변했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여성들이 불필요한 걱정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몇가지 우려
미투운동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몇가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하나는 그것이 정치적 문제로 변질될 가능성입니다. 가해자-피해자가 명확한 범죄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것을 정치적 문제로 변질시키려는 시도는 절대로 반대합니다. 나아가서 이런 일들을 성대결 문제로 가져가려고 하는 남성혐오 조직이나, 여성혐오 조직의 대결구도도 반대합니다.
제가 우려하는 다른 하나는 미투 사례가 너무 많다보니 되려 사람들에게 무덤덤해질 가능성입니다.
미투 운동이 아무리 많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것은 모두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것이고,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평생 떠안고 고통속에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미투 운동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피해자들의 아픔을 덜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고죄는 엄하게 다스려야..
당시에는 서로 호감이 있었거나 사랑하는 관계여서 성관계를 했다고 합시다. 이걸 나중에 헤어지거나 마음이 바뀌고 나서 성범죄를 당한 것이라고 미투 운동에 동참한다면 그것은 무고죄로써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없는 사실을 지어내서 한 남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여성들에 대해서도 무고죄로서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무고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나 약합니다. 무고한 남성이 여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허위 신고를 당하고, 재판이 끝나고 나면 그 남성은 인생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여성이 받는 무고죄의 처벌은 약하기만 합니다. 처벌을 강화하고, 무고죄로 피해를 입은 남성들의 명예 회복과, 입었던 다양한 피해들에 대한 복구 방법에 대한 것들도 사회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