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여행 타령'에 대한 비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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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깨시민 행세를 하면서 선생 노릇 하려는 여행자들이 늘었습니다. '난 여행에 미쳐있어', '나는 하고 싶은걸 하면서 사는 쿨한 사람이야, 너희는 회사에 쳐 박혀서 인생 죽이고 있지?', '여행은 자유와 큰 배움을 줘. 너도 배워'.. 이런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사람들 말이죠. 입만 열면, 여행, 여행, 여행... 하는 사람들..

아니 세상에 여행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있다고, 입만 열면 여행 타령인지?

한때, 스튜어디스라고 하면 사람들에게 선망받는 직업이었습니다. 멋진 제복을 입고, 해외 여행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1989년 1월 1일. 우리나라도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988년 한해 72만명이었던 해외여행 출국자 숫자는 이제 연간 2,0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와 위상이 높아지고, 저가 항공 노선이 확대 되는 등 해외 여행객이 늘어날만한 대내외적 환경 변화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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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출국자 숫자 <출처 : 빅파이낸스, 아이투자>

기초생활수급자분들도 살면서 해외 여행을 한두번씩은 나가는 시대입니다. 이제 해외여행을 나가는 것이 과거처럼 자랑할만한 요소가 되는 시대는 아닙니다.

또한, '여행'이라고 하면 뭔가 '자유'와도 깊은 연관을 가지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누구나 여행을 하면서 살고 싶어합니다. 세상에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경제적, 시간적으로 자유를 얻어 여행하고 싶어합니다. 어느 누가 답답한 직장을 하루 빨리 은퇴하고 여행만 하면서 살고 싶지 않을까요?

그런데, '여행'이라는 단어를 '자신의 쿨함'으로 연결짓거나, '나는 너희들과 달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용도로 악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들어서 그런 사람은 더욱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블로거 2,000만 시대, 전국민이 유튜버인 시대입니다. 블로그에 여행 컨텐츠를 생산하거나, 유튜브에 영상을 찍어 올리는게 특출난 능력인 시대가 아닙니다.

그리고 누구나 여행을 좋아할 수 있습니다. 여행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지만 특별히 여행을 더 좋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자기 소개를 할때 '저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그 정도 선에서 끝내면 깔끔합니다. 앞에서 말한 몇몇 깨시민분들(적지 않은 숫자이고 계속 늘어나는 분위기지만)은 '자기 혼자만 해외 여행 하는냥', '자기 혼자만 여행 전문가인냥', '실제로는 돈에 쪼들리면서도, 겉으로는 자유로운 영혼인냥' 포장하여 타인을 불쾌하게 만듭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자유이고, 여행 관련 컨텐츠를 생산하는 것도 자유입니다. 그런데, 타인에게 그걸 강요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여행에 미쳐있어'라고 말할 필요도 없이, 남들도 누구나 그분들 만큼은 여행을 다니면서 살기 때문입니다.

'너희들은 답답한 회사에 쳐박혀서 평생을 허비해라, 나는 하고 싶은 것(여행) 하면서 멋지게 산다.' 이런 것도 강요할 필요가 없지요. 여행이 우리에게 자유를 주고, 배움을 주고, 즐거움을 주는 건 누구나 다 아는겁니다. 그리고 그분들은 '하고 싶은 걸 한다고 포장하며'살지만 결국 돈 떨어지면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남들도 잘 알지요(겉으로 말만 안할 뿐). 남들에게 자유를 강요하지 마세요. 남들도 충분히 자유를 누리려고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좋아한다고 '남들과 다르고', '쿨한' 사람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만 해도 해외여행 출국자 숫자는 연간 2,000만명을 돌파했고, 남들과 다른 사람은 수 천만명이고, 쿨한 사람도 수 천만명입니다. 여행에서 배운 대단한 깨달음이 있다고 해도 그건 여행자 본인의 것이지 남들에게는 대단한 인사이트를 주지도 못합니다.

'나 여행에 미쳐있어', '그러니 너도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아', '여행은 배움과 자유를 줘, 너도 좀 배워' 이런 소리하지말고 혼자 조용히, 오롯이 내것으로 만드는 '진짜' 여행을 하면서 살아가는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1년 내내 해외 여행을 다니는 전업투자자 동생들이 많은데, 그 친구들은 늘 해외에서 새로운 걸 경험하며 살아도 남들에게 여행을 강조하지는 않더군요. 이건희 회장님께서 호텔밥이 대수롭지 않듯이, 라면만 먹고 살던 분들에게 호텔밥은 새로운 경험 그 이상이고 뭔가의 깨달음 그 자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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