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스타트업을 창업할 때, 웹이나 모바일의 서비스 기반 기술 창업을 계획하는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비교적 우리 일상에서 접하기가 쉽기 때문인데다 고객 접점을 넓히기에 웹과 모바일이 가장 강력하고 편리한 도구이기 때문이겠죠.
문제는 이런류의 창업에서 초반에 가장 중요한 인력은 역시나 개발자입니다. 엔지니어라고도 부르고 프로그래머라고도 부르죠. 세분화하면 프론트엔드 개발자, 백엔드 개발자, iOS개발자, 안드로이드 개발자, 하이브리드 앱 개발자, 풀스택 개발자 등등 많지만 일단 개발자들은 어느 한분야를 할 줄 알면 다른 분야도 쉽게 할 수 있는데다, 스타트업 창업 멤버로 참여하는 개발자는 대부분 풀스택에 준하는 개발 범위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타트업 창업 초기에는 필수적인 직군인 이 개발자를 구하기 위해 팀은 온 에너지를 쏟습니다. 그런데, 초기 스타트업 중에서 원하는 개발자를 거의 구하지 못해서 개발자 구하기 단계에서 좌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비엔지니어출신 창업차들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에 대한 이유에 대해서 간단하게 썰을 풀고자 합니다.
일단 스타트업 창업 입장에서 개발자들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 언젠가는 자신도 기업을 하고자 하는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개발자
- 리스크가 높은 것은 섣불리 선택하지 않는 안정 지향적 개발자
1.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개발자
이런 사람들은 되도록 자신의 아이디어를 스스로 구현해서 스스로 기업가가 되기를 원합니다. 이런 개발자들은 이미 1인 기업가로 활동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아니면, 직장인으로 일하고 있다고 해도 퇴근후에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개발하면서 차곡차곡 스타트업 창업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불가능하다고 보시는게 맞습니다.
2. 리스크를 지기 싫어하는 안정지향적 개발자
이런 사람들은 회사에서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 걸 좋아하지, 자신의 인생과 청춘을 걸고 뭔가 도전하는 걸 꺼려합니다. 당연하게도 이런 사람들은 스타트업 초기 멤버 제안을 하면 "그거 월급이나 제대로 나오냐?", "BM이 별로인데? 망할거 같아."라고 하면서 손사래를 칩니다. 당연히 이런 사람들도 같이 하자고 합류 시키는게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불가능하다고 보시는게 맞습니다.
개발자들이 스타트업 초기 멤버로 대거 합류하던때가 있었다
물론 개발자들이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닙니다. 90년대말~2000년대에는 용감하게 스타트업 창업 멤버나 창업 CTO로 합류하던 사례가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지금 개발자들이 이렇게 된 데에는 당시에 등장했던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망해서 없어졌거나, 프로토타입을 열심히 개발해놓고 투자도 받고 회사가 좀 돌아갈만 하니까 초기 개발자는 토사구팽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되도 안한 아이템으로 도전해봐야 망한다."
"월급이나 제대로 나오냐? 돈도 못받고 열정페이 쏟으라고? 난 이제 NO!"
"열심히 해서 잘되면 뭐하냐? 어차피 난 버려지고 스펙 좋은 놈들이 회사 다 쳐먹을텐데.."
"내가 그거 만들어서 나 혼자 사업하고 말지. 뭐하러 개고생하고 양복쟁이들하고 지분 나누냐?"
근래 대부분 개발자들은 이런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비엔지니어 창업자들의 돌파구는?
고작 팀 빌딩하는 단계에서 장벽이 있다고 좌절하면 어떤 사업도 못할겁니다. 그렇다면 비엔지니어 출신 창업자들은 어떤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까요?
1. 직접 개발을 배워 프로토타이핑이라도 한다
이게 가장 현실적입니다. 투자를 받으려면 프로토타입이라도 있는게 확률을 더 높일 수 있고, 실제 서비스를 운영하고 회원DB까지 늘려나간다면 투자 받을 수 있는 확률은 더 높아집니다. 물론 사업을 투자 받으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투자든 서비스를 키워 나가는 것이든 실제 프로토타입이든 서비스든 뭔가가 있어야 가능성의 끈이 더 단단해지는 건 자명한 이치입니다.
그렇다면 스스로 개발을 배워서 서비스의 뼈대라도 만들어놓는게 낫습니다. 서비스가 어느 정도 만들어진 상태라면 의외로 개발자들을 팀에 합류 시키는 것도 조금은 더 수월해집니다. (물론 여전히 개발자 모집은 어렵겠지만..)
2. 돈을 잔뜩 사들고 개발자를 채용한다
스타트업 대표자는 부지런히 돈 구하러 다니는 스킬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투자자를 먼저 구해서(아무것도 없는데 선뜻 돈부터 주는 투자자가 거의 없다는게 함정, 투자자에게 이렇게 돈을 받아낼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사회적 신용은 상당한 수준) 돈을 받아서 개발자에게 월급을 주고 서비스를 구현해 나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초기 멤버고 뭐고 월급을 준다고 하면 그나마 수월하게 팀 빌딩을 할 수 있을겁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시작하는 기업이고 네임밸류가 없기 때문에 진짜 실력있는 개발자를 선별하는 눈이 필요한데, 비엔지니어 창업자에게 이런 눈이 있을리 만무하고 주변의 인맥을 총동원해서라도 초기에 합류하는 개발자의 개발 스킬은 물론이고 레퍼런스 체크까지 철저히해서 팀 분위기가 깨지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3. 기가 막힌 BM이거나 하고 싶은게 나와 같은 개발자
기가 막힌 BM이고 이 BM과 관련해서 BM특허, 기술특허 등을 창업자가 쥐고 있다면 개발자들을 꼬시기(?)가 조금 더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정말 괜찮은 사업 아이템은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대중 다수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별로라고 욕 먹는 경우가 태반이고, 좋은 BM을 알아보는 건 창업자나 투자자도 어려운 일인데 개발자가 그걸 알아봐 줄지 의문이고, 좋은 BM이라고 해도 행운 요소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것도 완벽한 방법은 아닙니다. 다만, 나와 마음이 맞고 하고 싶은 일도 나와 같은 개발자라면 팀에 합류할 수 있겠지만 그런 개발자 찾기도 역시 하늘의 별따기겠죠?
주주 간, 창업멤버 간 계약서를 작성한다
주주끼리, 그리고 창업자 멤버끼리 계약서를 작성해야 개발자들도 조금은 팀을 믿고 일을 할 수 있을겁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계약서도 없이 개발자에게 일을 시키는데, '나중에 잘되면 10억을 주겠다.', '법인화 되면 지분을 주겠다' 등의 감언이설로 사람을 꼬셔서 일단은 일을 시키려고 합니다. 요즘 개발자들도 영리해져서 이런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습니다. 최소 생계비라도 급여로 지급하고 지분 관계 등의 문제는 계약서를 만들어 명문화 한 다음에 공증을 받아서 함께 일을 하는게 팀의 결속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비엔지니어 출신 창업자가 개발자를 구하는게 조금 더 힘들다 뿐이지, 엔지니어 출신 창업자나 디자이너 출신 창업자도 개발자 구하는게 힘든 건 매 한가지입니다. 리더십을 갖고 사람을 끌어당기고, 사람의 마음을 사는 건 어려운 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