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갈등의 완화
저희 부모님은 호남과 영남 출신입니다. 제가 어릴때만해도 지역감정이 상당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출신이 전남 영암과 경북 포항에 있었기 때문에 극명한 지역감정을 누구보다도 잘 느끼며 자랐습니다.
호남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고 불쾌해하는 어른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광주에서 해남/영암으로 넘어가는 버스를 자주 탔습니다. 버스 기사아저씨들께서 저희를 대하는 태도는 너무나 명확했습니다. "워매 이쁜것들 워디서 왔는가?" 라고 물으시다가도 꼬꼬마였던 제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순간 정적이 흐르는게 대수가 아니었습니다.
영남에서는 이웃 어른들께서 밥상머리 교육을 한답시고 늘 호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교육 받았습니다. 아마도 영남 출신 사람들이 많이 갖고 있는 '호남사람은 믿지마라'와 같은 확인 되지 않은 전설들도 대부분 어릴적 밥상머리 교육이나 동네 어른들의 세뇌에서 시작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나라의 고질적이던 지역 감정 문제가 느리지만 아주 조금씩 깨지고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주변의 호남 출신 동생들이 강력한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며 태극기 집회에 나가는 걸 보았습니다. 경상도의 형동생들은 오래전부터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이런 현상은 실제 선거에서도 드러나는데, 과거처럼 '호남과 영남은 특정 정당에 몰표를 준다'는 공식도 깨지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해묵은 지역감정들이 조금씩 누그러드는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한개 주 보다도 작은 나라에서 지역갈등은 진작에 사라져야 하는 사회의 암이었습니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다지고자 만들어놓은 한국사회의 망령에 불과합니다.
새로운 갈등의 부상, 세대갈등과 성대결
최근 선거 결과의 양상을 보면 지역대결 보다는 세대대결 양상이 뚜렷합니다. 20대와 60대가 지지하는 정치인이 명확하게 다릅니다. 지지하는 정당도 다릅니다. 온라인에서는 지역을 비하하던 '홍어', '과메기'보다는 '틀딱'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보입니다. 아마도 어르신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률이 떨어지니 젊은 세대가 일방적으로 어르신들을 비하하면서 만들어진 단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대 갈등의 불씨는 사실 곳곳에서 있어 왔습니다. 대표적인 문제가 먹고사니즘 문제입니다.
기성세대들은 '보릿고개도 견뎌오면서 나라를 이만큼 살게 만들어 놨다.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들은 부족한 것 없는 환경에서 자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에 살면서 불평불만이 너무 많다'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세대들은 '국가가 고속성장을 하던시기에 취업을 하고자 마음먹으면 들어갈 수 있는 회사가 줄을 서 있었고,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월급모아 사두기만 하면 몇십배씩 오르던 시절에 살던 사람들이 너무 우리 세대가 힘든 걸 모른다'라고 토로합니다.
높은 부동산 가격은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착취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젊은 세대들은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으로 의도하지 않은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권력투쟁 구도에서 성대결도 치열해지는 양상입니다. 저는 이것이 과거 정치인들이 존재하지도 않던 지역감정을 만들어내는 패턴과 비슷한 패턴으로 만들어지고 조작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페미니즘 바람이 거셉니다. 그런데 저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페미니스트들이 평범한 여성들의 삶에 관심이 있는가?'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일반인 여성들에게 물어보더라도 엘리트 의식을 가진 페미니스트들의 발언과 행동을 대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겠다'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의 페미니즘 운동은 점점 그 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사회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저는 여성의 권익 향상을 지지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권력투쟁 양상으로 변한 성대결에는 심히 우려를 갖고 있는 입장입니다.
갈등의 비용과 효익
갈등없는 사회를 꿈꿉니다. 그러나 인간사회에서 그것은 불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갈등이든, 권력과 밥그릇 투쟁으로 생기는 갈등이든 어떤 형태의 갈등이든 크고 작게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갈등은 사회 구성원들간에 불신비용과 갈등비용을 높입니다. 갈등을 줄일수록 사회는 더 효율적으로 돌아갑니다.
다만, 갈등은 현재 우리사회가 어떤 문제들을 갖고 있는지 나타내주는 바로미터 역할도 합니다. 갈등을 갈등 자체로 바라볼게 아니라, 갈등 뒤에 숨은 시대정신과 사회의 고질적 문제들을 고치려는 노력이 지도층은 물론이고 저희와 같은 일반 시민들도 뒤따라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갈등은 우리에게 의외의 효익을 주기도 합니다.
수면위로 부상하는 세대 갈등과 성대결 구도를 방치하면 안됩니다. 이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어쩌면 지역갈등 이상의 것들을 가져올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이런 갈등들이 생기는 이유를 잘 파악해서 조기에 봉합하고 사회의 갈등 비용이 많이 줄어들길 바랍니다.
고령인구의 증가와 세대별 일자리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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