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사람들은 실제보다 더 오버해서 '나 어렵소'라는 말을 달고 삽니다. 성공한 소수는 늘 긍정적이고 본인의 미래는 밝을거라는 기대를 갖고 살지만(성공하기 전부터 이런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이 비율적으로 높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를 우울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타인에 대해 왈가왈부가 심하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 집단 체제적인 사회 분위기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어려운 사람은 자신의 어려움을 더 부각하기 위해 '나 죽도록 어렵소'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살고, 실제로 먹고 살만하거나 부유한 사람들은 누가 돈을 빌려 달라고 하거나 세금을 더 걷자고 할까봐 '나 정말 요즘 어렵소'라는 이야기를 자주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100억 부자는 500억이 없어서 어렵다는 소리를 하는 경우도 당연히 많은 것 같고요.
뭐가 어쨌든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나 경제 분위기를 보면 경제가 좋았던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늘 쪼들린다고 하고 늘 어렵다고 합니다. 보수 정부가 들어서든, 진보 정부가 들어서든 정부는 또 늘 경제 정책에 대해서 욕을 먹어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길거리에 나가 보면 '정말 어려운게 맞나?' 싶은 기분이 들때가 많습니다. 연휴나 휴일에는 해외 여행출국자로 발 디딜틈이 없습니다. 인천공항의 피크 타임 이용자가 일일 20만명을 넘었고, 해외여행 누적송출객 수는 연간 3,00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우리 국민이 해외여행과 유학으로 쓴 돈은 무려 325억 달러로 180억 달러의 여행 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여행 업종에서의 소비는 활활 불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국내 여행지의 바가지가 심하고 여행할 매력이 없어서 해외로 나간다고 합니다. 저도 이런 국내 여행 산업의 경쟁력 없음에 대한 의견에는 매우 동의하는 입장이지만, 의외로 해외 여행객 만큼이나 국내 여행객도 적지 않습니다.
주말이나 연휴에 고속도로는 놀러가는 차들로 인해서 주차장으로 변합니다. 백화점이나 대형쇼핑몰은 사람들로 발 디딜틈이 없습니다. 100만원이 넘는 패딩은 불티난 듯 팔려나가서 아웃도어 업체들의 주가는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상승하고, 100만원이 넘는 스마트폰도 출시되기만 하면 불티나게 팔립니다.
주말에 유흥가에 나가보면 돈없다고 죽는 소리하기로 유명한 대학생들이 술집을 가득 채우고 앉아서 흥청망청 주말을 불태웁니다.
길거리에서 이제 독일차를 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이것도 국산차 가격이 올라서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속내는 과연 그럴까요? 독일차는 도로위에 정말 많아졌지만 절반 이상이 차를 뽑고 허덕이는 분들이라고 봅니다. 지표상으로도 그렇고요.
이런 여러가지 모습들을 보면서 저는 생각합니다. 지표상으로 안 좋아지고 있는 건 맞는데, 사람들이 죽는 소리 하는 것 만큼 정말 어려운게 맞을까? 혹시 100만원 벌면 50만원은 탈루하고 어려운 소리만 하는 것이 아닐까?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과소비가 심한게 아닐까? 그렇다면 입으로만 어려운 소리할게 아닐텐데.. 소비는 자유고 죽는 소리하는 것도 자유라지만 어느쪽이든 암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