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사적인거에요

jongsiksong(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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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KBS기자의 인터뷰에 응한 한 유태인 여성의 말이 생각난다.

"정치는 원래 사적인거에요."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이 여성을 만난 곳은 미국 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 총회가 열리던 호텔이었다. AIPAC는 이스라엘과 유태인의 이익을 위해 미국 의원들에게 유태인들이 로비를 벌이는 조직이다. AIPAC에는 미국의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들까지 얼굴 도장을 찍기 위해서 반드시 참석한다고 한다. 미국과 세계를 움직이는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집결하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그런 곳에서 만난 일반 유태인 여성이 "정치는 원래 사적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자신들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 옆에서 '사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 처럼 느껴졌다.

이것은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 이것 때문에 우리나라는 대통령도 물러나지 않았던가? 그런데 사실 저 여성의 말이 아주 틀리지도 않다. 이것은 비단 정치만의 문제는 아니다.

임금님이나 재벌 회장님의 눈에 띄려면 임금님과 재벌 회장님의 사적인 지근 거리에 있어야 한다. 그들의 눈에 띄어야 그들과 무언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부자들과 친해지고 싶으면 부자들 근처에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돈을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으면 경상북도 산골짝에 있는 것 보다는 서울로 와야한다.

저 유태인 여성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물리적인 실체의 중요성과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의 사적인 거리 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정 부분 맞다. 시골 구멍가게에서 정치인들을 험담하고 세상 탓을 하느니, 직접 여의도로 올라가서 정치인들과 만나서 사적인 거리를 좁히는게 훨씬 효율적이다. 내 목소리를 그들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으니.

그리고 그것 뿐만 아니라, 세상의 많은 일들이 의외로 사적인 자리에서 결정된다. 사적 영역의 힘은 공공의 영역에서도 적지 않게 힘을 발휘한다. 막말로, 정당하게 경쟁 PT를 해서 일거리를 따는 것 보다는 술자리를 자주 가져서 개인적인 친분을 만든 다음에 일거리를 따는게 훨씬 쉽지 않던가. 이런 것이 작동하는 인간 사회는 후진적인 사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 최강대국이라고 하는 미국의 정치와 경제도 그런식으로 작동한다.

국가든 회사든 그것을 만들어가는 것은 직원과 민중들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소수의 그 조직 최고 엘리트들이다. 내가 엘리트가 되던지, 될 수 없다면 그 엘리트들과 사적인 관계를 만들던지 해야 그 조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이것이 유대인들의 논리이다.

이 문제를 정의와 부패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들이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일지도 모르겠다. 명분을 택할 것인가? 실리를 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