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친정도 일년에 명절 차례 빼고도 열 세번의 제사를 지냅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는 그야말로 자긍심을 갖고 그 일을 해내셨습니다.
오죽하면 집안 어른들께서 하늘이 낸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실 정도였습니다.
그것도 요즘처럼 일하기 좋은 주방은 고사하고 수도는 꿈도 못 꾸던 시절에
제사가 돌아오면 열흘전부터 나물 앉히고 제기닦고 과즐다식 만들고
제사때 입으실 한복 손질하시고 전날에는 나물손질, 건어물손질,
당일에는 떡 만들어 찌고 나물거리에 전부치고 술독은 일년 내내
번갈아 가며 끓었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사시던 분께서 며느리 보시고도 한 동안 이어가시더니
어느날 중대선언을 하셨습니다.
나는 그렇게 살았지만 너희들은 귀신 받드느라 한 세월 보내지 말라고...
그런데 우리 올케는 제사 줄이면 안 된다고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간소하게 한다고 해도 직장생활하는 올케로서는 너무 벅찬 일이라
제가 제안을 했습니다. 한 달에 네 번 있는 달에는 한 번에 준비해서 나누어
쓰는 방향으로 하고 가짓수나 양은 무조건 줄이라고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는 시부모님 모두 가톨릭이라 제사는 지내지 않습니다.
처음엔 허전했는데 지금도 친정올케 생각하면 괜히 미안해집니다.
예전의 제사는 사대부가에서 하인들에게 지시를 하며 마지막 점검이나
안방마님께서 하던 시절에 맞는 예법이기에 지금처럼 사회생활 하는
여성들에게 강요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제사는 돌아가신 부모님이나 조상님을 생각하며 그 은혜를 새기는 일이라
예전에는 먹을 게 귀해서 최대한 잘 차리는 것으로 예를 다하고 자손들이
나누는 것을 미덕으로 알았지만 지금의 세대는 먹을 것이 그리운 사람들은
별로 없다고 봅니다.
제사 때문에 부담스럽고 큰소리가 오갈 정도라면 도시락 싸들고
성묘가서 절하고 즐겁게 노는 모습 보여드리는 편이 효도라고 생각합니다.
RE: 명절날 어머님이 하신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