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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0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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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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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0 23:59
[오늘의 시] 생명 - 김남조 -
생명 김남조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희망의 문학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겨울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면도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 날의 섭리에 불려가고 줄기는 이렇듯이 충전 부싯돌임을 보라. 금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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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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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7 23:43
[오늘의 시] 북어 -최승호-
북어 최승호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북어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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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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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6 23:36
[오늘의 시]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 나희덕 -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나희덕 우리 집에 놀러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 와. 봄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 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나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 이봐. 어서 나와. 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 짐짓 큰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
jj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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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4 23:32
[오늘의 시] 산문(山門)에 기대어 - 송수권 -
산문(山門)에 기대어 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 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山茶花) 한 가지 꺾어 스스럼 없이 건네이던
jj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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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4 00:13
[오늘의 시] 멀리 있는 무덤 - 김영태 -
멀리 있는 무덤 김영태 6월 16일 그대 제일(祭日)에 나는 번번이 이유를 달고 가지 못했지 무덤이 있는 언덕으로 가던 좁은 잡초길엔 풀꽃들이 그대로 지천으로 피어 있겠지 금년에도 나는 생시와 같이 그대를 만나러 풀꽃 위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할 것 같아 대신에 山 아래 사는 아직도 정결하고 착한 누이에게 시집(詩集) 한 권을 등기로 붙였지 객초(客草)라는 몹쓸
jj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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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1 23:39
[오늘의 시] 내 마음을 아실 이 - 김영랑 -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ㅅ마음 날가치 아실 이 그래도 어데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 업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히 맺는 이슬 가튼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엇다 내여 드리지. 아! 그립다. 내 혼자ㅅ마음 날가치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어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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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0 23:39
[오늘의 시] 무화과 - 김지하 -
무화과 김지하 돌담 기대 친구 손 붙들고 토한 뒤 눈물 닦고 코풀고 나서 우러른 잿빛 하늘 무화과 한 그루가 그마저 가려섰다. 무화과 이봐 내겐 꽃 시절이 없었어 꽃 없이 바로 열매맺는 게 그게 무화과 아닌가 어떤가 친구는 손 뽑아 등 다스려주며 이것 봐 열매 속에서 속꽃 피는 게 그게 무화과 아닌가 어떤가 일어나 둘이서 검은 개굴창가 따라 비틀거리며 걷는다
jj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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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9 23:51
[오늘의 시] 둥글기 때문에 - 김지하 -
동글기 때문에 김지하 거리에서 아이들 공놀이에 갑자기 뛰어들어 손으로 마구 공 주무르는 건 철부지여서가 아니야 둥글기 때문 거리에서 골동상 유리창 느닷없이 깨뜨리고 옛 항아리 미친 듯 쓰다듬는 건 훔치려는 게 아니야 이것 봐, 자넨 몰라서 그래 둥글기 때문 거리에서 노점상 좌판 위에 수북수북히 쌓아 놓은 사과알 자꾸만 만지작거리는 건 아니야 먹고 싶어서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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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9 00:17
[오늘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 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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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8 00:03
[오늘의 시] 고향 - 백석 -
고향 백석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 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故鄕)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 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 씨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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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6 00:29
[오늘의 시] 휴전선(休戰線) -박봉우 -
휴전선(休戰線) 박봉우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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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4 23:24
[오늘의 시] 직녀(織女)에게 - 문병란 -
직녀(織女)에게 문병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 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올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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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3 23:32
[오늘의 시] 겨울의 빛 - 김명인 -
골목 안 국밥집에는 두 사내가 마주앉아 허름한 저녁을 들고 있다, 뚝배기 속으로 달그락거리던 숟갈질이 빈 반찬그릇에서 멎자 한 사내는 아쉬운 듯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붙여 물고 유리창 밖을 내다본다, 마주앉은 사내는 목덜미를 타고 내리는 식은땀은 닦아 낼 겨를도 없이 남은 국물을 들이마시고 마지막 깍두기를 씹고 있다, 언제 왔는지 어둠이 깊은 심연처럼 그릇
jj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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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2 23:27
[오늘의시] 어서 너는 오너라 - 박두진 -
어서 너는 오너라 박두진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살구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너희 오오래 정들이고 살다 간 집, 함부로 함부로 짓밟힌 울타리에, 앵두꽃도 오얏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낮이면 벌떼와 나비가 날고 밤이면 소쩍새가 울더라고 일러라. 봉숭아꽃 다섯 뭍과, 여섯 바다와, 철이야, 아득한 구름 밖 아득한 하늘가에 나는 어디로 향을 해야 너와 마주 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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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1 01:13
[오늘의 시] 가을의 기도 - 김현승 -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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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7 23:42
[오늘의 시] 분수 - 김춘수 -
1 발돋움하는 발돋움하는 너의 자세(姿勢)는 왜 이렇게 두 쪽으로 갈라져서 떨어져야 하는가. 그리움으로 하여 왜 너는 이렇게 산산이 부서져서 흩어져야 하는가. 2 모든 것을 바치고도 왜 나중에는 이 찢어지는 아픔만을 가져야 하는가. 네가 네 스스로에 보내는 이별의 이 안타까운 눈짓만을 가져야 하는가. 3 왜 너는 다른 것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 떨어져서 부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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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6 23:24
[오늘의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 김춘수 -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는 3월(三月)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3월(三月)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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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5 23:29
[오늘의 시] 접시꽃 당신 -도종환 -
접시꽃 당신 도종환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 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 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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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4 23:30
[오늘의 시]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산 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 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 내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 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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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4 00:09
[오늘의 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김남주 -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김남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앞서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 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하고 가자. 투쟁 속에 동지 모아 손을 맞잡고 가자. 열이면 열 천이면 천 생사를 같이하자. 둘이라도 떨어져서 가지 말자.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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