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과 청소년기를 지나오면서 한번도 어머니의 발을 제대로 유심히 본적이 없었다.
홀로 늦깎이 미국생활 4년을 버티며 지내다가 2007년 말 예상치 못한 뜻밖의 가족상봉으로 다시 한 지붕아래 살게된 후 어느날이었다. 뭉게진듯 튀어나오고 구부러진 그녀의 발을 제대로 바라본 것은...
하루의 고단함이 뭍어나는 어느 저녁에 지쳐 쓰러져 쪽잠을 주무시는 모습에서 난 이상하게도 그녀의 발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그 발은 아마도 본디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형제가 많던 시대에 여자라는 이유로 고등교육의 기회를 바랄수 없었고 서울로 상경해 회사를 오가며 돈을 벌어야 했을 것이다. 마침내 한 남자를 만나 행복할 것만 같은 잠시의 단꿈으로 아내가 되어.. 또 어머니가 되어...
모진 시집살이와 갑자기 찾아온 가난을 겪으면서도 자신이 '루퍼스'라는 병을 가진 사람이라는것조차 모른채 살아가다 이 병에서 기인한 류마티즘을 얻고 쓰러진 날에 그녀의 아들은 겨우 국민학교(초등학교) 5학년짜리였다.
거의 일년동안 병원 신세를 진 이후로도 관절들은 뭉게지고 꺽어졌고 이 병은 그녀의 지병이 되었다.
하지만 한 주먹에 가까운 알약을 매일 들이켜고 회복을 위한 수영을 하며 강하게 이겨내는 어머니를 바라보면서 또 우리는 그녀의 아픔을 잊어왔던것 같다.
2011년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아버지의 다급한 목소리를 전화기 너머로 들은것은..
교회에서 봉사를 하시다가 화장실에서 쓰러지셨단다. 응급실로 달려간 우리는 무방비 상태였다.
어느날 갑자기 어머니를 떠나보낼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뇌에 고인 피는 그녀의 의식을 앗아갔고 ICU(중환자실)에서 우리 가족은 의사들의 비관적인 진단을 이겨내며 경과를 지켜봐야만 했다.
기적같이 그녀는 3일째 되는날 눈을 떴다.
더 앙상해진 그녀의 다리와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서인지 엄청나게 늘어난 발바닥의 각질은 몇개월 뒤 집으로 돌아온 후로도 여전했다.
다시한번 그녀가 예전처럼 강한 모습으로 이겨내기를 바랬다.
지금도 여전히 기회는 있긴 하지만 예전의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가기엔 그녀의 지난 인생이 그녀를 너무 지치게 한듯하다.
그래도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달려간 그날의 아찔함과 자신의 무력함에 대한 회고는 지금의 어머니를 더 사랑하게 만든다. 지금 이순간을 더 사랑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