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사직서 제출의사를 밝히고,
병동에서도 내가 사직한다는 분위기가 어느덧 자리를 잡았다.
몇몇 쌤들은 나에게 부러움의 눈길을,
몇몇은 따가운 시선을 보내며 남은 내 근무기간동안 그들은 각각의 시선으로 날 대하였다.
당연히 예상했던 결과이고 사람마다의 가치관의 차이에따라, 상황에 차이에따라
생각하는 것도 다를테니 그러려니 했다.
근데, 오늘 좀 예상밖의 일이 벌어졌다.
오늘 아침 근무가 끝나고 한 쌤이 저녁을 먹자고 불렀다.
근처 고기집으로 가서 고기를 열라게 구워먹고 술도 한 잔 했다.
고기에 술몇잔을 기울이다보니 쌤이
1년동안 정들었는데 아쉽다. 그래도 3년은 해봐야 하지 않겠냐 설득을 했다.
선생님들까지도 내 발목을 붙잡는데 일조하는구나..
수선생님의 밀지를 받아들고 작전을 펴는 것일수도 있고,
그들의 가슴에서 우러나와 진심어린 충고를 하는 것일수도 있다. 라는 생각을 했다.
결국 나를 위해, 내 미래를 응원하기위해 축복하는 자리가 아니였구나.
발목을 붙잡기 위한 자리였구나.
라고 생각을 굳힐때 쯤 예상외의 발언이 나왔다.
"나 박쌤 좋아하는데, 잘해줄게. 우리 연애한번 할래?"
"아, 저 쌤 관둔다고 장난하지 마세요.ㅎㅎ"
웃어넘기려고 했으나
"장난아니야. 진심인데."
응..?
갑자기 돌덩이로 한대를 띵 맞은 것 같았다.
쌤은 20대 후반의 나보다 연상의 쌤이었다.
평소에 나를 제일 못살게? 굴었던 쌤이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알려준 쌤이기도 했다.
한편으론 이것저것 잡일을 계속 시키는 쌤이기도했고
쉬는날 교육에 날 자꾸 참석시키고 숙제도 산더미. 공부도 산더미 안겨준 쌤이었으며
또 다른한편으론 내가 환자에 치여 허덕일때 뒤에서 빽을 봐준 쌤이었고,
나름 공부도 제일 많이 시켜주고 모르는 것을 제일많이 알려준 쌤이기도했다.
그런데 그녀의 고백 이후,
하하호호 하며 이야기를 나누며 뜨거웠던 분위기는
갑자기 침묵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이제.
내가 말할 차롄가.
어떻게 말해야하지.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외모가 어때서, 성격이 어때서, 어디하나 흠이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난 그 쌤을 직장 상사?
선배 간호사 선생님. 배울 것이 많은 선배. 그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일까.
그녀의 갑작스런 고백은 날 당황시켰다.
어떻게 이야기 해야하지..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상황에 당황스러워 얼굴이 빨개졌다.
"쌤, 얼굴 왜케 빨게져.ㅋㅋ 귀엽게 ㅋㅋ."
응..?
당황 X2 연타.
"쌤 술 많이 드신것 같아요. 일어나요이제. 오늘 근무힘들었죠?"
대충 얼버무리고 자리를 파했다.
마침 고기도 다 먹었고, 배도 많이 불렀기에 쉽게 자리가 파해졌다.
사람들은 유종의 미를 거두라고한다.
중환자실에 사직서를 쓰니 유종의? 시츄에이션이 벌어진다.
뭘까.
쓰다가 배아파서 화장실간다.
취했나,
-이어서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