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구아다니노의 욕망 삼부작에 나타나는 욕망의 파괴성
루카 구아다노니의 영화에서 어느 날 찾아온 감정이 그동안의 삶을 바꾸어 버리는 양상은 인과성으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주체의 삶을 바꾸는 사랑은 신체에 대한 갈망과 접촉으로 이어진다. 섹슈얼리티와 욕망, 접촉의 문제는 구아다니노의 세 영화들에서 쟁점이 된다.
<아이 엠 러브>(2010)에서 이탈리아의 상류층 여인 엠마는 대저택의 인형의 삶에서 일탈한다. 동기가 되는 것은 사랑의 감정이다. 그녀는 이십 년 연하의 안토니오에게 매혹되고 아들의 죽음 이후 새로운 시간속으로 이탈한다. 결말에서 누구도 사전에 깨닫지 못했던 위태로운 시간의 도래를 알린다. 사랑을 찬미하는 듯한 웅장한 음악은 긴장된 분위기를 한껏 부풀리고 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감옥같은 공간속에 엠마는 안토니오와 갇히고 만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에서 열 일곱의 엘리오의 열정은 이성적인 아버지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아버지는 올리버에 대한 아들의 사랑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듯 말하지만 사실 그의 말은 감화를 주지는 않는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결혼을 한 후 올리버의 전화를 받은 엘리오의 처절한 눈물로 귀결된다.
<비거 스플래시>(2015)에서 마리안과 폴 커플은 둘만의 파라다이스에서 행복하다. 별장으로 마리안을 찾아 온 전남자친구 해리의 방문이 있기 전까지 평온한 날들은 영화 시작에서 디테일하게 보여진다. 해리는 얼마 전 만났다는 스무살 이상 차이 나 보이는 도발적인 외모의 딸과 그들의 삶 속으로 갑자기 끼어 든다. 언어 능력을 상실한 듯 행세하는 마리안은 사실 두 남자의 권력관계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그녀는 해리를 옛친구이면서 연인을 만난 듯 반갑게 대한다.
구아다니노가 결말에서 관객에게 말하려는 것은 욕망의 파괴적 특성인 것으로 보인다. 엠마의 사랑은 앞서 말하였듯이 능동적인 사랑으로 보이지만 결론에서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엘리오의 사랑 또한 불행으로 끝이 난다. 두 사람은 모두 스스로 그러한 결과를 택하지는 않았지만 피치 못하게 그런 상태에 이르게 된다. 최면에 갈리기라도 한 듯 감정과 신체적 감각에 휩쓸린다. 엠마와 엘리오, 해리가 육체적 감각과 감정에 포획당한 상태에서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은 결국 욕망의 파괴성을 말한다. 폴의 질투는 마리온을 차지하고자 하는 경쟁 구도를 나타내면서 해리에게 죽음 선고를 내린다. 해리가 폴의 자기 방어로 죽게 되는 것은 어떤 윤리적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지점을 나타낸다. 구아다니노 영화들은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욕망의 파괴적 성격을 그리고 그러한 방식에서 무언가 판단할 수 없는 시간의 모호성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