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단평]<해빙>- 다시점으로 그려낸 현대인의 분열성

jambon(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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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 다시점으로 그려낸 현대인의 분열성

이수연의 <해빙>은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배금주의의 문제를 건드린다. 추리소설식 플롯에 따라서 영화는 여러 시점들을 도입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처음부터 정해진 진실만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이를 다시점으로 나타내는 방식이다. 2000년대 전후 유행한 내러티브 전략으로 주인공의 분열적인 심리상태를 다룬 복잡한 내러티브의 영화는 과거 주인공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현실과 단절되는 측면들을 다루면서 인기를 얻었다. 이런 퍼즐식 이야기 구조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때 유행했다. <메멘토(Memento)>,<파이트 클럽(Fight Club)>,<어나더스(Anothers)>와 같은 영화들이 그 예로 이러한 영화들에서 진실로간주되던 사실들은 결말에서 전복된다.
이수연은 <해빙>에서 다시점으로 추리소설을 눈으로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승훈이 연쇄살인 범인으로 보이는 정씨 부자를 바라보는 시점은 그 자신이 관객과 다른 인물들의 눈에 범인처럼 보이는 시점과 번갈아 사용된다. 관객은 승훈과 부자 중에서 어느 쪽이 진짜 범인인지는 영화의 결말까지 혼란스러운 상태에 머문다. 영화는 서스펜스와 스릴감을 성공적으로 쌓아올린다. 미스터리를 통해서 현재 한국사회속 공포와 불안을 치밀하게 엮어낸다. 이 사회에 만연해 있으나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는 이 영화에서 판타지에 기대어 핍진성을 얻는다. 익명의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사실 우리는 하루아침에 연쇄살인범으로 오인받는 것과 같이 극단적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불안을 느끼며 살고 있다. 현대 도시의 삶이란 익명의 개인들에게 그러한 불안을 피치못하게 요구한다. 병원의 간호원, 건물주의 부인이 승훈을 범인으로 증언하는 장면들은 정씨 부자를 바라보던 승훈의 시점을 전복한다. 사람들이 그를 범인으로 증언하는 이 장면들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오인>에서 보듯이 마니라는 평범한 가장도 하루아침에 절도범이 되어 버리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닌 듯하다. 아내의 치과치료 때문에 보험회사에서 들렀다가 은행강도로 오인받게 된 마니(헨리 폰다)는 돌이킬 수도 보상받을 수도 없는 정신적 피해를 받는다. 사람들의 무책임한 증언 때문에 하루 아침에 범죄자가 되어버린 그에게 다행히도 마지막 순간 은총이 내린다. 그러나 이수연의 영화에서는 단지 한국사회에 만연해있던 불안심리가 리얼리티있게 묘사될 뿐이다. <해빙>에서 타인에게 오인받는 공포는 서스펜스 이상의 것을 암시한다.
이수연은 이미 사회에 만연해있는 불신과 오인의 문제를 그러한 시점의 전복으로 다룬다. 그가 서사의 그물을 짜는 방식은 인물의 정신상태를 묘사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개원후 빚에 쫒기는 승훈은 이혼후 정신적으로 소진 상태다. 그가 식당 냉동고에서 본 검은 봉투속 사람의 머리는 나중에 동물의 머리인 것으로 관객에게 밝혀진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무엇이 진실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상상한 것을 믿는다는 점이다. 통념에 사로잡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인간 눈의 한계는 정작 진실을 대면하기를 회피하는 것이다. 다만 상상에 사로잡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첨단 보안기술이 치안의 완벽함을 보장해주더라도 우리는 감시사회속에서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인간은 보는 것과 믿는 것에 대해 분열된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는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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