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국여인 이야기
설연휴 고향의 명절을 멀리에서 보내야 하는 재외국민 혹은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다.
손에 들린 피묻은 칼, 냉혹한 표정의 여인을 보고 일영은 엄마라고 부른다.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쓰러진 일영은 엄마를 무기력하게 올려다 본다. 이 영화 결말에는 반대의 상황이 나온다. 일영은 향을 피우며 엄마를 추모하고 있다. 한국말을 사용하지만 중국옷을 입고 있는 엄마. 그녀는 누구인가? 국적불명의 여인은 일영뿐 아니라 많은 이들로부터 엄마로 추앙받는다. 차이나타운의 절대권력으로 군림해온 그녀는 사회가 버린 사람들을 거둬 먹을 것을 주고 일거리를 제공했다. 살아남으려면 그녀가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따라야 했다. 일영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차이나타운이 대체 어디인가?였다. 차이나타운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일단 버려진 사람들, 모국을 버리고 온 이방인들,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경계인들을 떠올린다. 검은 피부의 외국인 노동자들, 조선족들이라 불리는 국적불명의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 그곳이 바로 차이나타운이다.
장르의 관점에서 이 영화는 하드 보일드나 누아르 장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톤은 전반적으로 차갑지만 감정의 표출 또한 강렬하다.
인상적인 장면은 태어나지 말 걸 그랬어라는 일영의 보이스 오버가 검은 화면 위에 들리는 영화 후반부다. 지하철 코인로커에 들어있던 아이를 꺼내준 이를 일영은 차 트렁크 뒤에 가둬두고 그렇게 내뱉는다. <대부2>를 떠올리는 결말의 비장한 결말도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