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evolution라고 하면, 여전히 원숭이가 인간이 된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무리는 아니다. 진화론은 나온 지 몇 백년 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인간은 세포에서 진화되었다. 그런 세월에 비하면, 원숭이에서 인간이 된 건, 아이가 어른이 된 것만큼 정도의 변화도 아니다. 현재까지 발표된 이론으로 지구에서 살았던 첫 생명체는 43억전 전이다. 지구 나이가 45억년임을 감안했을 때...
하지만 세포를 생명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단견이다. 세포에 현미경을 갖다 대고 들여다 보면, 그 곳엔 분자단위의 엄청나게 복잡한 시스템이 존재하고, 수없이 많은 단백질의 종류가 있고, 그것들이 일정하게 외부와 교류한다.
그러므로 진화란 물질의 본질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세포가 변해서 인간이 될 수 있었다면, 분자들 끼리의 진화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는 세포이전의 시기를 '전세포기pre-cell period'라고 부르는데, 그 시절에, 우리가 생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물질들(주로 분자수준의)끼리의 진화가 있었다고 생각하며, 그 진화의 정점에 '세포'가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세포를 진화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건, 생명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구성하는 세포의 기본 구조는 거의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자연은 세포 이외의 다른 구조는 더 이상 필요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다른 많은 비세포 생명단위는 멸종했을 것이다).
그러니 세포는 진화의 시작이 아니라, 진화의 끝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생명 탄생의 신비로움에 비하면, 생명이 진화해서 생명이 되었다는 얘기는 그닥 새로울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