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정치를 하려면 밥을 잘 사야해'
선배가 해준 이 얘기를 철석같이 지키는 분이 계시다. 정치에 뛰어들어 갖은 풍파를 겪으면서도 밥값은 꼬박꼬박 내는 분이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을 땐 어떻게 했을까? 신기하게도 밥을 사주겠다면서까지 이 분을 만나려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밥값을 낼 형편이 안될땐 참 난처하지. 그래서 세 가지 원칙을 세웠어. 상대방 얘기를 잘 들어주던가. 상대방에게 좋은 얘기를 성심껏 해주던가. 이도저도 아니면 정말 즐겁게 얘기하는 시간을 갖던가. 그렇게라도 밥값을 하려고 했지.
함께 밥을 먹는 사이는 큰 의미를 갖는다. 그 관계가 넘치면 부담이 되고 모자라면 서로 잊혀지기 쉽다. 밥값을 그 자리에서 끝내는 지혜. 그분의 '밥값'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기여가 바탕이었다. 그래서 부담없으면서도 좋은 인간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나 보다.
3년 넘게 유저로 지내며, 프록시토큰이란 증인 역할을 맡으며 스팀잇 보상 문제는 늘 커다란 숙제이다. 스팀잇 활동 스트레스의 9할은 여기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POW의 보상 방식은 심플하다. 기여한 만큼. 무엇에 대한 기여인가? 블록체인을 유지시키는데 들인 기여다. 블록체인은 왜 유지하는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구성원들이 모였음에도 신뢰를 구축해 나갈 수 있는 시스템.
스팀 블록체인으로 돌아와보자. 체인 생성과 유지는 증인에게 일임되어 있다. 그렇기에 증인에 대한 보상이 지급된다.
그렇지만 스팀 블록체인에는 증인 이외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지 않기에, 바꿔 말하면 소수의 증인에게만 그 권한을 일임했기에, 일반 유저에게는 다른 역할과 기여를 바탕으로 보상이 지급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인간세상 못지 않은 분란을 야기한다. 일반 유저에게 어떤 역할을, 어떤 기여를 두고 평가할 것인가? 스팀잇의 경우 유틸리티 성격이 매우 강하다. 일반적인 텍스트 글 이외에 다양한 주제의 포스팅이 가능하며, 포스팅을 우회한 수많은 방식의 활동이 가능하다. 스팀몬스터가 그렇지 않은가?
증인 보상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가득한 적도 많았다. 못지 않게 일반 유저들의 보상에 대한 불평불만도 가득하다. 비트코인 같은 POW에서는 POW일 뿐인데, 스팀 블록체인의 DPOS에는 POB니 뭐니 갖다 붙이기 나름이다. POB 이전엔 또 뭐라고 불렸던 것 같은데...
스팀블록체인의 터줏대감인 스팀잇에서 조차 '기여'에 대한 커뮤니티의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기여'란 의미 자체가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으니 모두가 자신만의 명분이 있고 해석이 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스팀잇에서 '밥값'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밥값'이 '글값'으로 바뀌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