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어제는 12월 12일. 일명 12-12로 일컫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날은 군사쿠데타 말고도 한국에 쇼킹한 일이 있던 날입니다. 바로 2013년 12월 12일에 벌어진 한맥선물사 거래 사고입니다.
당시 투자자문사에 근무하던 저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오전 9시 개장이 되고 부터 슬슬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모닝터링을 하던 직원들이 보고를 하기 시작합니다.
화면이 이상해요. 저만 그런가요?
상식을 벗어나는 화면이 펼쳐지니 모니터 화면이 이상한건지 실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건지 순간적으로 인지하기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여러 옵션 종목 중 특정 종목들이 널뛰기 시작했고 이 황당한 가격 변동은 불과 30분도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한 선물회사를 파산으로 몰고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도 그 종목들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자못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만 우려와 다르게 우리 쪽에서는 재미를...
한쪽의 손실은 한쪽의 수익을 의미하는 파생거래였으니 누군가는 크게 재미를 보았을 것입니다. 결국 350억 원이 넘는 다수의 수익을 홍콩에 거주한 미국계 헤지펀드가 싹쓸어갔다고 발표가 나더군요.
이들이 수익을 챙겨갈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러한 이상 거래를 잡아낼 수 있는 알고리즘을 탑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사건이 왜 발생했냐는 것이었죠. 아직 '주문 실수' 이외엔 공식 발표에 구체적인 언급이 없습니다만, 당시 우리 회사에서 내린 추론은 대충 이러했습니다.
해외 썸머타임이 끝난 것을 인지하지 못한 알고리즘이 기존 코드로 월물을 인식하였고 때마침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에 오차를 일으킨 것. 나무위키 등에 원인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적혀있던데 아마 저희가 추정했던 이유가 맞을 겁니다.
역시 언론에는 그저 '내부 직원의 실수' 쯤으로 나와있고 어떤 알고리즘을 어떤 팀이 어떻게 운용했는지는 나와있지 않죠. 어쨌든 운용팀은 짧은 운용 경력을 갖고 있던 것으로 기억되고, 썸머타임 등의 상황 변동을 중요한 변수 요인으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 화근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당시 우리도 점심을 먹으며 했던 얘기가 있었지요.
"경륜이란 것이 참 중요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