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7] 스팀잇 걱정?

jack8831(72)
Published in
#sct
Words
605
Reading
3 min
Listen
Play
7y

연어입니다. 출시 3년 반이 된 스팀잇이 유저들에게 신선함을 주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게다가 기대만큼의 발전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다가는 다른 블록체인 SNS에 선두 자리를 내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만도 하지요.

그러나 이상하게도 스팀잇은 블록체인 SNS 댑 선두자리를 내주고 있지 않은가 봅니다. 바꿔 말하면 수많은 후발 주자들이 조촐해 보이는 스팀잇조차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것이 다행인가요? 안타까운 건가요?


■ 싸이월드의 아성

온 국민이 싸이월드에 빠져 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전까지, 즉 2000년대는 싸이월드 세상이었지요.

저는 싸이월드에 상당히 일찍 가입한 극초기 유저였습니다. 분당에 있는 한 공터에서 대학 동기를 만나고 있었는데, 우연히 친구 후배격인 분당의 모 고교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때 싸이월드를 처음 듣게 되었지요. 그 친구들은 슬슬 싸이월드를 교우끼리의 연락용 커뮤니티로 선택하고 있었습니다.

  • 선배님들도 해보세요. 싸이월드 괜찮은거 같아요.

집으로 돌아와 싸이월드란 것을 살펴보니 (제 눈에는) 뭐 이리 허접한 것이 있나 싶었습니다. UI도 볼품없어 보이고 사이즈도 마음에 안들고, 아이콘이나 그래픽 해상도도 썩 마음에 내키지 않는 것이 마치 아이들의 장난감처럼 보였지요. 그래서 가입만 해두고 내팽개쳐 두었습니다.

몇 달 후, 길을 걷고 있는데 사람들이 '싸이월드 싸이월드' 얘기를 하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싸이월드에 접속해보니 이건 뭐 폭풍 성장 중이더군요. 혹자는 싸이월드가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지금의 페이스북으로 발전할 수 있었늘거라 얘기하던데 그 때의 기세로 보면 얼토당토 없는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훗날 싸이월드가 네이트온 메신저와 연결되면서 그 위상은 더 커져만 갔지요. 저는 사람들이 싸이월드에 자신의 개인 일기장처럼 일상을 적고 추억용 사진을 간직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이 감성적인 자료들을 내팽개치고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탈 수 있을까 의심했습니다. 정성스레 올린 수백 수천 장의 사진들을 어떻게 옮겨갈 수 있을까 싶었지요.

그러나 그것은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스마트폰 시대가 시작되고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으로 갈아타더군요. 웹 기반 시대에는 네이트온과 싸이월드 콤비를 이기기 어려웠겠지만 스마트폰이란 디바이스 시장이 열리면서 판도는 한 방에 바뀌고 말았습니다.


■ 비운의 중간다리, 햅틱폰

저도 전해들은 이야기라 그 진위 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 햅틱폰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그냥 재미로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 아이폰 공개 : 2007년 01월
  • 햅틱폰 출시 : 2008년 03월
  • 갤럭시 공개 : 2010년 03월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킨 아이폰이 2007년 세상에 공개됩니다. 이후 미국에서는 정식 출시가 되었지만 '어떤 이유'에 의해서인지 한국에서는 출시가 지연됩니다. 마치 시간을 벌려는 듯이 말이죠.

그리고 거의 벼락치기처럼 삼성 햅틱폰이 출시됩니다. 햅틱폰은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제품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외관이나 터치형인 것은 스마트폰과 비슷한데 사실 애니콜 계열의 핸드폰이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부르기에는 역부족이었죠.

하지만 삼성은 햅틱폰에 어마어마한 광고를 때려댑니다. 전지현, 소녀시대, 동방신기 등 당대 최고의 모델들을 기용하지요. 거기에 수퍼스타 김연아까지 가세합니다. 그렇게 햅틱은 2년이란 시간을 벌어줍니다. 누가보아도 본대(本隊)인 갤럭시가 나오기까지 아이폰의 공세를 막아내는 역할이었습니다.

삼성 모 회장님의 미션이 있었나 봅니다. 아이폰을 잡아라. 못잡으면.. 모두들 옷 벗을 각오를 해야할 상황이었겠죠. 삼성은 투트랙 전략을 씁니다.

  • 미흡하더라도 빨리 대항마를 만들어 낸다 : 햅틱폰
  • 대항마가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진짜를 만들어 낸다 : 스마트폰 갤럭시

모르긴 몰라도 아이폰이 한국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삼성은 온갖 노력을 다했을 겁니다. 이런 판국에 로비라도 안했을까요?

아이폰과 갤럭시는 출시에 3년의 시간차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맞짱을 뜰 수 있었던 것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갤럭시가 아이폰보다 더 우수해서라기 보다는 새로운 기술로 세대가 통째로 바뀌며 판쓸이 당할 뻔한 것을 막아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소모된 인적 물적 금전적 자원은 어마어마했으리라 봅니다.

마침내 제대로 된 스마트폰 갤럭시가 출시되자 햅틱폰은 언제 그랬냐는 듯 토사구팽꼴이 되고 말죠. 그러나 애처에 햅틱폰의 역할은 그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소명을 다했으니 조용히 역사속으로 사라질 수밖에요.


■ 판을 통째로 뒤집어 버릴만한 후배가 나타날까요?

저는 스팀잇도 같은 상황이라고 봅니다. 다들 스팀잇 약점을 운운하며 블록체인 기반 SNS를 출시하는데도 왜 스팀잇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을까요? 아마도 두 가지 이유일 것입니다.

  • 스팀잇을 약점이 아닌 블록체인 SNS의 약점을 해결해야 했다.
  • 스팀잇의 약점을 노렸지만 스팀잇의 강점에 눌리고 있다.

스팀잇은 운 좋게도 두 번째에 안주하며 SNS 넘버원의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누군가 스팀잇의 강점 자체를 눌러버리거나 블록체인 SNS의 한계점을 넘어서는 구조를 만들어 낸다면 그 때는 스팀잇이 소리소문 없이 밀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스팀잇이 자기 혁신을 해내야겠지요. 저나 여러분이나 대체로 그러한 방향을 기대할 것입니다.

  • 이번 HF21, 그리고 HF22가 그런 다리를 놓는 과정이기를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