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식구들과 서울 근교 한식당을 갔다. 전통재래방식으로 장을 담그고 식당 건물도 한옥으로 지어놓은 옛시골냄새가 물씬 풍기는 식당이었다. 대기손님들이 많다보니 기다리다 지루해 아이들을 데리고 커다란 항아리들이 가득한 곳으로 가봤다.
"얘들아. 이게 옛날 사람들이 쓰던 장독대라는 거란다."
이렇게 말하고 조금 더 접근했는데 장독대 입구에 새끼줄이 쳐 있었다. '장독대안으로는 들어가지 말라는 얘기군.' 하고 새끼줄 바로 앞에서 발을 멈춘 순간 어디선가 큰 소리가 귀청을 흔들었다.
"들어가시면 안돼요!"
식당 여직원이었다. 그녀는 내가 새끼줄 안으로 들어가려는 것으로 안 모양이었다. 무안하기도 하고 유쾌했던 기분이 픽 날아갔다. 들어가려 한 것도 아니고 새끼줄 밖에서 구경하는 것은 죄가 아닐텐데 애들 앞에서 아빠 체면도 좀 구겨지고 근처에 젊은 여성들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의 눈길이 필자( 품위유머닷컴과 명강의유머기법을 운영하는 오피니언리더 이상준 대표)에게 쏟아졌다. 그녀들의 얼굴엔 '(필자가) 매너 없는 사람이구나'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추정컨대 손님들이 장독대로 들어갔다가 와장창 하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장독대 안으로 진짜 들어갔다 하더라도 다 귀한 손님이고 나름대로 소시얼 스테이터스가 있는 분들일텐데, 들어간다고 당장 항아리가 깨지는 것이 아니니 조용히 다가와 작게 "손님. 여기 들어오시면 안됩니다."하면 될 것을... 하물며 아무 잘못도 없는 상황이 아닌가?
만일 독자 여러분들께서 이런 경우를 당한다면 어떻게 하시겠는가?
살다보면 가끔 아랫사람들 면전에서 위신이 떨어지는 일들이 벌어진다. 회사 안에서야 이사님, 사장님, 회장님이지 회사 밖 사람들까지 알아서 모시는 게 아니다. 이 때 숨김없이 감정을 드러내며 "야! 너 일루 와봐. 내가 들어갔어? 이게 어디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하고 윽박지른다면 어떤 결과가 되는지 우리는 이미 갑질의 대명사가 된 라면상무, 빵회장 등 일련의 사건들로 잘 알고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당하고 있자니 속 터지고 아랫사람들 앞에서 스타일까지 구겨진다. 이런 때 유머는 썩 괜찮은 답을 제공해준다. "들어가시면 안돼요!"하고 소리친 여직원에게 이렇게 대꾸하는 것이다.
"아가씨. 걱정 말아요. 내가 장대높이뛰기 선순데 장대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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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줄 못뛰어넘어요."
또는 이것도 있다.
"아가씨. 말려줘서 고마와요. 아가씨가 안말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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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 서서 들어가려 했거든?"
두 대답 모두 있을 수 없는 일을 내세워 들어갈 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아울러 뻘줌해진 분위기에 눌리지않을 뿐 아니라 잃었던 체면까지 되찾는 멋진 품격을 보여줄 수 있다.
추운 북유럽 국가공무원들은 청렴하기로 유명하다. 만일 그 나라 공무원들에게 식사대접 하겠다며 "뭘 드시겠습니까?" 물으면 이렇게 대답한다고 한다. "찬...........샌드위치와 뜨거운.......쥬스요." 도저히 대접할 수 없는 음식을 달라고 하는 건 이 또한 아무 것도 대접받지 않겠다는 우회적 표현이다.
라면과 빵은 패스트푸드고 장독은 슬로푸드다. 라면이사-빵전무 보단, 또는 "이봐요. 내가 언제 들어간댔어요?"하며 안면근육을 구기는 것보단 우리 장독대사장이 느리지만 좀 더 여유자적하지않은가【명품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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