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을 위해 쓰는 편지 8. A4 2000장.

ioc(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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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지방직 공무원 시험을 응시하고 그동안 공부하며 노트 정리에 사용한 A4용지들을 정리했다. 공부에 필요한 종이가 너무 많아 공책을 사지 않고 A4용지에 표를 뽑아 노트처럼 사용했다. 6월 10일 기준으로 456일 동안 1714장을 사용했다. 지금 즘은 2000장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부터 공무원을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첫 9달 동안 공부한 과목은 원가회계, 중급회계, 상법, 재정학, 세법개론이다. 주변 사람들을 따라하는 공부였다. 대학 동기들이 그러하듯 CPA, CTA에 발을 들였던 것이다. 학교에서도 공부해두지 않으면 CPA, CTA를 준비하던 사람들에게 좋은 학점을 다 내줘야 하는 과목이기에 학교 공부를 병행한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나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던 것 같다. 당시 이 공부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계속 공부를 했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 했던 공부였다. 그래서 그런지 빨리 지치고 눈이 다른 곳으로 돌아갔던 것 같다. 회계사, 세무사들은 평생 공부해야 한다니 지금 생각해봐도 이 공부의 끝은 없었던 것 같다.

작년 12월 24일 헌법을 시작으로 공무원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4월 내가 처음 본 시험은 9급 세무직 시험이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처음 두 달을 헌법을 공부했으니 내가 9급을 준비한데 들인 시간은 두 달이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6월에 4달을 공부한 지식을 가지고 9급 지방직 시험을 봤다. 4월 시험과 큰 차이는 없었다.

공인어학시험,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만점을 받는 사람조차 9급 공무원 영어, 한국사 과목에서 70점 넘기가 힘들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 말을 듣고 코웃음 쳤다. 이제는 그랬던 내 모습이 50만 공시생 앞에 부끄러워 질 뿐이다. 2000장으로는 부족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