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개소리야!?
오랜만이다.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마법'이라는 글을 올린 게 12일 전이라고 하니 일주일에 글 하나조차 쓰지 못한 것이다. 절묘하게도 그간 스팀 시세가 떨어져서 관심이 멀어졌다고 비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물론 스팀 시세가 떨어진 것은 무척 아쉽지만 그보다 바빠진 일상 때문에 혼비백산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틈이 없었다.
여유를 만끽하는 글을 올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다음날부터 업무 폭탄이 떨어졌다. 업무 특성상 봄을 준비하는 2월 말부터 여름이 시작되는 6월까지 연중 가장 바쁜 시기이다. 조금은 부드럽게 업무량이 올라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대뜸 폭탄처럼 일이 떨어져 버렸다. 해서 요즘은 출근 시간도 1시간 당기고 매일매일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는 중이다. 주말 출근도 불사했더니 피곤이 쉬이 가시지 않는다. 여유롭다는 호기를 부렸더니 벌받는 느낌이다.
모처럼 휴일인 어제오늘만큼은 밀린 빨래도 하고 요리도 해 먹었다. 남는 시간엔 맥주 한 캔 하며 보고 싶었던 예능 방송을 실컷 보면서 휴식을 만끽하고 있다. 요즘은 재밌는 방송이 넘쳐나서 오히려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그다지 TV를 좋아하지 않았던 과거를 생각한다면 지금은 천지개벽 수준이다. 엄마가 드라마를 꿰차고 있다면 난 예능을 꿰차고 있다.
'디자이너'라는 직함 달고 사회로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TV를 거의 보지 않았다. 드라마는 고사하고 예능은 기껏해야 '무한도전'만 가까스로 챙겨보는 정도였다. ('무한도전'는 워낙 어릴 때부터 즐겨 보던 거라 그런지 나름의 애정이나 향수가 있다. 종영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분이 오묘하다. 아쉽지만 잘 된 것 같다.)
어쨌든 '디자이너'가 된 이후부터 오히려 TV 시청이 대폭 늘었다. 방송 트렌드 읽기는 필수였다. 뭐랄까, 디자이너라면 응당 대중적인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송은 트렌드를 접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매체이기도 했다. 지금은 아니다. 물론 모든 트렌드를 쫓을 순 없지만 대부분의 트렌드는 방송매체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특히 '예능방송'은 '재미'에 늘 목말라 있는 양반들이다 보니 좀 뜬다 싶은 것들을 항상 발 빠르게 응용시키곤 한다. 그 점을 캐치하는 것이다.
트렌드 읽기뿐만 아니라 사고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주는 도구로써도 제법 쓸모가 있는 편이다. 대학시절, 디자인 전문 업체를 운영 중이었던 모 교수님께서는 지나가는 말로 매주 반드시 빼놓지 않고 보는 게 '개콘'과 '만화'라고 하셨다. 예능 방송 중에서도 특히 개그프로그램은 사고를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만들어 주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학술적으로 검증된 바가 있는지 알아보진 않았지만 경험적으로 상당히 일리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만화'는 학술적 연구결과고, 나발이고 두 번 말하면 입 아프니 생략한다. 학창시절 나의 모든 모든 것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만화에 쏟았다. 물론 '만화' 특유의 유치함이 지겨울 때 즈음해서 '영화'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어릴 적 달고 살았던 만화는 나의 직업에 좋은 자양분이 되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게 하나둘 보기 시작했던 방송이 지금은 열 손가락을 넘어가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뗀 후에도 계속 보고 있다. 한참 외국 방송을 베껴오던 시절을 지나 요샌 중국이 베껴가는 방송을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 정도로 보다 보니 재밌는 게 한둘이 아니다. 밀린 예능을 보다 보면 하루는 훌쩍 삭제되고 만다. 삭제된 후에 밀려오는 허무함이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끊기도 어렵다. '안 보면 그만인 것을...' 하면서 끊지도 못하고 있다. 이것도 중독이라면 중독이다. 업에 보탬이 되리라 생각하고 시작했던 방송 시청이었는데, 그만 잠식당하고 말았다. (이 마약 같은 것)
다음편, 연속재생 안해놨냐 -_-
여담이지만 요즘엔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을 가장 즐겁게 시청하고 있다. '나 혼자 산다'는 근래 승리와 이시영의 '모유 비누' 토크에서 미친 듯이 웃어젖혔다. 가히 한 주의 스트레스가 날아갈 만 했다. 두 번 봐도 웃긴 장면이다. 막 시작한 '전지적 참견 시점'은 파일럿 때부터 재밌었지만 유병재의 투입으로 재미가 배가 되었다. 유병재는 SNS에서부터 범상치 않음을 알고 있었지만, 정말 독보적인 캐릭터다. 나도 '정신병재'에 빠져들고 있다. (정신병재는 유병재 공식 팬카페 이름이다. 역시 팬들도 보통이 아니다.) 이영자와 김생민이 포문을 열고 유병재가 양념을 제대로 치고 있는 것 같다. 한동안 바쁜 와중에도 계속 챙겨볼 것 같다.
바쁘다로 시작해서 예능 추천으로 끝맺은 아주 이상한 글이 됐다. 역시 '의식의 흐름투어'를 하는 사람다운 글쓰기다. 몰랐겠지만 디자이너와 예능의 상관관계에 대한 글이었다. 글쓰기가 부족해서 @dakfn님이 추천한 '작가가 작가에게'라는 책과 다른 글쓰기 책 몇 권을 샀다. 다음에는 좀 더 글다운 글을 써보고 싶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