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의 간지템
남성에 한정되지만, 크리에이티브 시장에는 '외모부터 크레이티브한' 사람들이 있다. 업계에서 종종 보이는 민머리(혹은 그에 가까운)에 수염이 바로 그것이다. 머리는 꼭 빡빡이어야 하며 거기에 관록의 수염까지 장착해주어야 기본템 완성이다.
학창시절부터 유독 좋아하고 존경하는 TBWA KOREA의 '박웅현' CCO가 그랬고, 수년 전부터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달의 민족 '김봉진'대표도 그러하다. 심지어 김봉진 대표는 크레이티브 해 보이려고 일부러 밀었을 정도다. (밀고 수염을 기른 뒤부터 원하는 평을 받았다고) 그런데 몇 해 전부터 또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로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이사다.
느껴지는가? 민머리와 수염에서 뿜어져 나오는 크리에이티브한 느낌적인 느낌.
간략히 살펴보자면, 프리챌 디자인 센터장에서 네이버 마케팅, 디자인 총괄이었다가 'JOH'라는 본인의 이름을 딴 회사를 설립해 독립한 디자이너다. JOH에 적을 둔 상태에서 카카오의 브랜드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스카웃됐다가 2018년 3월 카카오의 공동대표이사로 선임되었다. 회사 'JOH'는 같은 해 5월에 카카오프렌즈에 100% 흡수합병하여 이제는 카카오의 자회사가 됐다.
네이버 시절을 잠깐 살펴보면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화려한 프로젝트와 경력을 자랑하지만, 퇴사 후 JOH라는 회사를 통해 해왔던 개성 넘치는 작업들이 더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매거진B
대표적으로 몇 가지만 언급하자면 우선매거진B가 있다. 쉽게 망하니 웬만하면 손대지 말라는 '잡지'를, 그것도 한 권 내내 브랜드 하나만 달랑 집요하게 파고드는 신기한 월간지를 만들어 낸다. 브랜드가 난무하는 오늘날 진짜 좋은 브랜드는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잡지다. 광고도 없다. 그래서 브랜드 하나에만 독자적인 관점을 유지하며 꾸준히 출간 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꾸준히 출간을 하려면 많이 팔리고 읽혀야 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이게 과연 먹힐까 싶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나라를 제외한 외국에서는 반응이 대단히 좋다는 후문이다. 평소 브랜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과월호라도 가지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잡지임에는 분명하다. (책장 한쪽에 주르륵 갠소하고 싶다. 나같은 인간이 많을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오죽하면 대표 본인이 사놓고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B캐스트'라는 방송으로 '들려주기'까지 하고 있다.
참, 얼마전에 배달의민족과 함께 식재료에 대한 잡지 매거진F도 창간했다. 정말 대단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창간호는 소금편이었다. (그러고보니 위에 언급했던 인물과 함께 한 작업이다. 뭐지, 그들만의 리그인가!?)
일호식 (feat.세컨드키친)
두번째 인상적이었던 프로젝트가 일호식이었다. 매일 먹는 좋은 식사, 좋은 식당 1호라는 뜻의 일호식은 2012년 오픈했다. 벌써 6년째 영업중인 셈이고, 줄곧 한 번쯤 가본다가본다 하곤 6년째 가지 않고 있는 셈이 됐다. 그동안 자리를 몇번 옮긴 것 같은데 정확하진 않다. 현재는 올해 5월부터 세컨드키친과 함께 사운즈 한남으로 옮겨 운영중이다. 세컨드키친은 작명에서 느껴지는대로 일호식 다음으로 오픈한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디자이너가, 특히 JOH가 차린 식당이라니 역시 재밌는 회사구나 싶었다. '프레인'의 '퓨어아레나'가 연상되는 재밌는 작업이다. 하여간 한 크리에이티브한다는 사람들은 매일 먹는 밥도 대충이 없구나 싶다. 아직 방문 전이라 음식에 대해서는 모르겠으나 좋은 재료에 시간을 들인 맛, 스타일까지 만족스러운 가정식을 판매한단다.
네스트 호텔
영종도 네스트나 여의도 글래드 호텔 작업도 재밌는데, 특히 초창기 작업했던 네스트 호텔은 JOH에서 브랜드 개발과 건축 설계, 공간 기획, 인테리어, 디자인 디렉팅까지 전체 크리에이티브를 총괄했다. 오픈과 동시에 디자인호텔스 멤버십 호텔로 등재돼 나름 이슈가 됐었던 기억이 난다. 뭐 계속 색다른 작업을 선보이는 회사다보니 그러려니 하긴 하지만 건축까지 건드릴 줄은 몰랐다.
혹시 직원들 혹사당하는거늬..
이렇게 건조하게 따뜻한(?) 호텔이라니... 진정 금손이시구료
사운즈 SOUNDS
JOH에서 나름 야심차게 준비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어반 리조트 사운즈 SOUNDS다. 지난 8년간 해 왔던 매거진, 외식, 호텔, 오피스, 리테일 분야의 다양한 작업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끝판왕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마치 그간의 작업은 이것을 위해 달려온 것마냥 착착 아귀가 들어맞는 느낌이다. 모아놓으니 시너지가 폭발하는 기분. 어벤져스도 아니고, 참 부럽다. 하나도 쉽지 않은데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매번 뽑아내는 결과물들이 참 대단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영감을 주는 책을 읽고, 좋아하는 가게를 둘러보고, 한적한 거리를 산책하는 등 사운즈에는 도심에서 휴식을 다양한 성격의 요소가 총집합해 있습니다. ‘무위’가 휴식의 답일 거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새로운 사람들과 계속 조우하면서 관심 있는 종류의 자극이 계속 발생할 때의 시간이 ‘진짜 휴식’이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걸로 채워진 작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충분한 쉼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비용은 훨씬 덜 들고, 선택하기 쉽기 때문에 휴식을 유예하지 않아도 되죠. 그렇게 도시 생활에서 행복감을 주는 것을 한데 모은 것이 어반 리조트의 개념입니다.
올해 4월에 오픈했다고 해서 마침 한남동에 전시보고 한방통닭 사러 갔다가 피치못하게 시간이 제법 남아 방문하고야 말았다. 한방통닭 대기사태로 인해 촉발된 조수용 대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아래 그날 직접 봤던 사운즈의 대략적인 인상을 담은 사진들로 마무리한다.
오랜만의 스팀잇 글이다. 애초에 이영자가 약으로 먹었던 한방통닭 리뷰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역시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공부 못했던 사람들 특징이니까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