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평소의 밝은 목소리가 아닌 조금은 격앙되어 있었고, 화가 났고, 흥분이 된 상태였다.
친구는 다짜고짜 이제부터는 "너도 나도 입조심을 하자."고 말했다.
두서 없이 내뱉는 이야기의 주제는
친구가 아는 지인에게 했었던 말이 자신이 생각지도 않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어
곤란한 상태가 되었다며 열받아 죽겠다는 거였다.
엄청 화가 난 친구는
말을 이상하게 전달한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욕을 해 주고도 싶고, 인생을 그렇게 살지 말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어떻게 같이 이야기를 해 놓고는 자신의 입장만 난처하게 전후 사정 이야기를 삭제한 채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고 말이다.
한참을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주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
친구는 이제부터는 "너도 나도 입조심을 하자. 무심코 한 말이 이렇게 돌아올 줄은 단 1도 생각하지 않았다."
는 친구의 말이 내 머리속을 계속 맴돌았다.
정말로 나는 말을 조심해서 살아야 할까?
물론 나는 나름대로 조심히 행동하고, 할 말을 하며 산다고 생각하고 살아오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것이다.
막 살고 있는 사람은 드물거라는 생각이 든다.
살다보면 지금처럼 단 1도 아닌 것들이 99로 다가올 때도 있다.
반대로 99였던 일도 1로 돌아올 때도 있을 것이다.
미세한 먼지같은 일이 태풍이 되어 되돌아 올 때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태도를 선택할지에 대해서
나란 인간에 대해서 미리 알아 두고 맷집을 키워야 한다.
그냥 먼지로 여기고 툭툭 털고 일어설지,
태풍에 휘둘려 쓰러져 버둥거리며 나가 떨어질지 말이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우리들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 또 헤어진다.
자의든 타의든 말이다.
사람들과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를 맺는다.
'단 1도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말한 친구의 말처럼 황당한 일들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말을 조심해야 한다면
난 그말에는 동의 할 수가 없다.
말조심을 하지 않고 떠벌이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 가까운 이에게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면
그리고 긍정적인 이야기만 해야 한다면
인간관계가 너무 경직되지 않을까?
유안진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중
'비오는 날 오후나 눈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도 주고 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라는 구절이 유난히 와 닿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