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의욕도 없는,
아직 인간이 되고픈 20대 인간 언저리 index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체셔 캣은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며 존버씨를 번거롭게 만든다.
'그렇게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나지 말았으면 좋겠어, 널 볼 때 마다 어지럽단 말이야.'
존버씨의 짜증에 체셔 캣은 '그래.' 라고 답하더니
꼬리에서부터, 눈처럼 사르르 녹아서 사라지기 시작한다.
꼬리, 뒷다리, 몸통, 목, 천천히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웃는 표정만 남는다.
몸이 전부 사라진 후에도, 표정만은 허공에 한참 머물다. 사라진다.
'I've often seen a cat without a grin, but, a grin without a cat! It's the most curious thing i ever saw in my life.'
사라진 것은 무엇일까?
1924년, 말레비치는 말했다.
'마차가 자동차에 추월당한것 처럼, 자동차 역시 비행기에 추월당하고 있다.
전보가 무선 통신에 의해 낡은 것으로 되는 지금 시점, 마치 집안을 청소하듯이, 도시를 전보의 전선 거미줄로 부터 청소할 시기이다.'
그렇게, 무선 통신은 전보는 청소되었다.
그리고 텅 빈 도시는 전파의 거미줄로 가득 차 있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실린 괴토실설의 내용 중 일부이다.
여름은 덥고 겨울이 추운 것은 사계절의 정상적인 이치이니, 만일 이와 반대가 된다면 곧 괴이한 것이다.
옛 성인이, 겨울에는 털옷을 입고 여름에는 베옷을 입도록 마련하였으니, 그만한 준비가 있으면 족할 것인데,
다시 토실을 만들어서 추위를 더위로 바꿔 놓는다면 이는 하늘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이다.
사람은 뱀이나 두꺼비가 아닌데, 겨울에 굴속에 엎드려 있는 것은 너무 상서롭지 못한 일이다.
길쌈이란 할 시기가 있는 것인데,
하필 겨울에 할 것이냐? 또 봄에 꽃이 피었다가
겨울에 시드는 것은 초목의 정상적인 성질인데,
만일 이와 반대가 된다면 이것은 괴이한 물건이다. 괴이한 물건을 길러서 때 아닌 구경거리를 삼는다는 것은 하늘의 권한을 빼앗는 것이니,
이것은 모두 내가 하고 싶은 뜻이 아니다. 빨리 헐어 버리지 않는다면 너희를 용서하지 않겠다.
하였더니, 종들이 두려워하여 재빨리 그것을 철거하여 그 재목으로 땔나무를 마련했다.
그러고 나니 나의 마음이 비로소 편안하였다.
하트 여왕은 소리친다.
저놈의 목을 베어버려라!
고양이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
다시 사라졌다.
웃음만이 남았다.
'Was it a cat i saw?'
과연, 내가 본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