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옷은 솔기(재봉 재선)가 없다.
[어느 곳에도 흠집이 없다는 뜻.]
국화야~ 국화야~
<네~ 엄마.>엄마가 부르신다.
국화야, 국화 어데 있냐~?
<네. 아빠 저 여기 있어요.>
아빠 도 집에 오시면 맨 먼저 부르는 이름이 국화다. 엄마가 온 산에 국화꽃이 만발한 꿈을 꾸고 낳은 딸이 래서 국화다. '홍국화' 중학교 2학년 생이고 열네 살이다. 국화는 학교에서 억척으로 공부만 하는 학생이 아니다. 그래도 성적은 꽤 좋은 편이다.
국화는 예쁘고 착하다. 얌전하고 착하다. 국화는 소리 내어 떠드는 법이 없다. 선생님께서 교실에 드시면 학생들을 둘러본다. 국화와 눈이 마주치면 웃으신다. "오늘은 우리 국화 노래 한번 듣고 공부 시작할까...!"
<네, 좋아요~> 학생들은 대 찬성이다. 박수도 친다.
국화는 자리에서 일어나 <섬집아기>를 부른다.
고운 목소리와 잔잔하면서도 울림 있는 성량에 학생들은 감동한다. <등대지기>를 부르기도 하고 <아~ 목동아~>를 부를 땐 학생들은 아우성친다. 오후 늦게 집에 온다. 엄마가 할머니 방에서 나오신다.
엄마의 얼굴이 고통스러운 모습이다.
<엄마~!>
"응~ 너 왔니...?"
<엄마, 왜 그래요?>
"할머니가~..."
<할머니가 왜요?>
"할머니가 또... 쌌어."
<네-에!> 국화는 금방 알아챈다.
<엄마 제가 할 께요...>
"그래줄래?"
국화는 서둘러 교복을 갈아입고 할머니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변 냄새가 진동한다. 할머니는 1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계시다. 국화는 익숙한 솜씨로 뒤처리를 한다. 이리 눕히고 저리 돌려 눕히며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다.
<할머니, 저 국화예요. 국화가 씻겨드리니 기분 좋죠...?>
정리한 세탁물을 챙겨서 거실로 나온다.
"미안하다. 국화야..." 엄마의 표정은 아까 보다 조금 좋아졌다.
<엄만, 딸한테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엄마 딸인데, 딸한테 미안할게 뭐 있어...?>
"그래도,... 나는 암만 생각해도 좋은 며느리가 아닌 거 같다. 죽어도 그 냄새는 못 맡겠으니 어쩜 좋으니?
넌, 어떻게 싫은 내색 없이 그렇게 잘하니?"
<할머니도 저 아기 때 제 뒤처리하시며 키우셨다 면서...!>
국화네 집은 대 가족이다. 아래층에는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국화가 살고 위층에는 아버지의 남동생 부부가 이제 돌쟁이 아들 하나 키운다.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 부부는 각자 직장에 나가시고 돌쟁이는 엄마가 보아주신다.
그 돌쟁이가 집안에서 왕 노릇을 한다. 작은엄마 부부는 집에 오면 아이 돌볼 여가도 없이 그냥 쓰러져 잔다. 밤늦은 시간에 돌쟁이가 심통이 났다. 저는 거들떠보지 않고 잠만 자는 아빠, 엄마가 못마땅했나 보다.
잠귀 밝은 국화 귀에 돌쟁이 보채는 소리가 들린다. 국화는 위층으로 올라간다.
<작은엄마!, 아기가 왜? 그래요...?>
"으응~국화니? 오늘은 얘가 별나게 보채네...!"
<작은엄마, 아기 제가 데리고 가요.>
"그래그래 고마워..."
작은엄마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잠 속에서 대꾸만 한다.
<우리 도련님~오늘은 누나하고 같이 잘까?>
돌쟁이는 언제 울었냐는 듯 방실댄다.
그날은 크리스마스 날이었다. 모처럼 만에 온 식구가 모여 점심 준비를 한다. 그날도 어김없이 돌쟁이가 심통을 부리며 보챈다. "얘가? 왜 이래?" 작은엄마는 화를 낸다.
국화 엄마가 달래도 막무가내다."하~이놈 고집은...! 국화야 네가 와서 아기 좀 달래라"
국화 엄마도 두 손든다. 국화가 뽀르르 달려와 아기를 반짝 안아든다.
<우리 도련님 왜 그래, 왜? 화났어, 응? 어머머... 저 눈 오는 것 봐, 밖에 눈이 오고 있어 어마나~>
국화는 감탄하며 아기 안고 창가로 간다. 국화 입에서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터진다.
<눈이 내리네....>
국화의 고운 소리에 취한 듯 아기는 또랑한 눈으로 국화를 바라본다.
<루루루루루루루 루루르>이 대목에서 아기는 스르르 눈을 감는다.
<작은엄마, 아기 잠들었어요...!>
"어머, 잠투정하느라 그랬구먼"
국화는 아기를 제 방 침대에 눕히고 나온다. "국화는 어쩜 아기도 잘 봐!"
작은엄마가 칭찬한다. 작은아버지가 불쑥 한마디 한다. "당신 아기 엄마 맞아? 애를 울리기나 하고...."
작은엄마가 샐쭉한다. "그래요. 나는 애 울리는 선수예요."
국화가 생끗 웃는다.
그 웃는 모습을 보며 아빠는 생각한다.
"천의무봉이야. 내 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