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 4대 왕인 '세종조'에는 명신, 학자, 충신, 열사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청백리로는 황희, 맹사성과 더불어 유관을 꼽는다. 하고많은 벼슬자리들을 다 거쳤겠지만 의정부 삼정승 자리를 서로 사이좋게 이번에는 네가 해라 다음엔 내가 할게~ 그다음엔 네가 해라 요런 식으로 돌아가며 영의정, 우의정, 좌의정을 해 먹은 사람들이다.
특히 이조 세종조에 이르기까지 그의 학문과 경륜을 인정받았다.
지금의 신설동과 보문동 중간 지역 우의정 시절 살았다는 비 새는 초옥이 있던 자리에 동대문 도서관 이 떠억 세워져 있다. 역시 학자의 집터답다. 도서관 앞에 우산공원이 있고. 공원 안에 한 칸짜리 초옥이 있는데 이름하여 <우산각> 하정 대감이 비올 때면 부인과 함께 우산을 쓰고 앉아 "우리는 우산이라도 있으니 다행이지만...
우산 없는 백성들은 어이할꼬!" 하며 걱정했다는 그 우산 각이다.
어느 날 필자는 그 우산각 앞에서 상념에 잠겨 있는데. 어느 50대의 남자가 우산각 을 향해 볼멘소리를 한다.
나더라 들으라는 얘기다.
"나는 암만해도 이게 거짓말 같애~"
... 무엇이 요?
"생각해 보시오? 우의정쯤 되는 양반이 고래 등 같은 기와집에서 안 살고 초가집에 살았다는 것도 그렇고 다 거짓말 이요~"
청백리라 하지 않소!
"아무리 청백리라 해도 그렇지요. 나라에서 주는 녹이 있을 거 아니요?"
그건 가난 한 젊은이들 공부하느데 문방사우 값으로 줬다지 않소! , 여기 이렇게 쓰여 있지 않소?
"우의정 이면 정승인데. 부리는 하인은 있을 거 아니요~"
청백리가 무슨 하인이 있겠소?
"하인이 없으면 자기 손으로 비 안 들게 하면 될게 아니요. 그 정도 능력 도 없으면서 정승은 무슨 정승이오?"
허, 모르시는 말씀, 그것은 어디까지나 오늘날의 당신 생각이오. 유관은 이조시대의 양반이오.
양반에게는 양반의 도가 있소. 양반은 소나기가 와도 비를 피해 뛰지 않소.
그냥 비를 다 맞고 걸어야 하오.
물에 빠져도 개 헤엄치지 않소. 구해주는 사람 없으면 죽어야 하고. 목이 말라도 하인이 떠바치는 물이 아니면 마시질 않소.
생업에 종사하지 않으며, 배가 고파도 손수 밥을 짓지 않으며, 그 손에 금전을 만지고 수를 헤아려 서도 안되는 일백 가지의 양반의 도가 있소.
어찌 양반 중의 양반이 지붕에 올라 이엉을 얹겠소?
"허참... 그럼 아흔아홉 칸짜리 고대 광실에 사는 벼슬아치들은 뭐요?"
그 들은 양민을 착취하고 백성의 피를 빨은 자들이요.
"그래요? 그래서 이 분을 훌륭하다 하는 거요? 나는 천하의 무능한 자라 생각했는데..."
당신 성씨가 무엇이요?
"'안' 씨요!"
'안' 씨면 양반의 자손이구먼, 그러나 어디 가서 조상 자랑 마시오.
이 세상의 모든 양반 후손들은 조상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에이 ~ 여보슈..."
50대 남자는 떠나고. 나는 웃었다.
천하의 청백리 유관이 무능한 사람 못난 사람으로 치부되는 요 즘 세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