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소나무 예찬)#1 A profound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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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는 우리나라 산이면 어느 곳에나 흔하게 자라는 나무이다. 야산이든 고산이든 음지든 양지든 마을 어귀나 마당 넓은 어느 댁 담벼락에 엇비슷이 기대서서 몇 십 년 또는 몇 백여 년을 묵묵히 한 가문의 흥망성쇠와 인간의 희로애락을 지켜보며 몸을 늘려 나이테를 만들고 그 속에 세월을 응축시키며 꿋꿋이 버티고 있다.

옛 선비들은 충절과 고절(높은 절개) 논할 때 대나무와 소나무를 일컬었다.

조선 세종조의 명신 성삼문은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세조에게 맞아 죽는 마당에서도 소나무의 절개로 자신의 뜻을 밝혔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제 독야 청청 하리라.

이 나라 역사는 민중의 억압으로 지탱한 역사이다 지방의 양반 토로들의 착취 중앙의 고관대작과 지방의 미관 말직에 이르기까지 백성의 혈관에 대통을 꽂고 피를 빨았다. 토정 이지함이나 다산 정약용 같은 민중의 대변자는 모두 사약을 마시고 죽었다. 또 이 나라는 외국의 침략이 밥 먹듯 했다. 나라를 지키려는 명장은 있어도 이를 뒷받침하는 중앙 세력이 없다. 권력의 상층부가 썩었기 때문이다.

의지할 곳 없는 백성들은 모두 산으로 갔다. 흉년이 들어 먹을게 없어 산으로 갔고 지방관리와 양반 토호 들의 착취를 못 견뎌 산으로 갔다. 침략군을 피해 산으로 간 백성들은 풀뿌리와 나뭇잎으로 연명했다.

초식동물이 아닌 사람이 어찌 풀잎으로 살수 있겠는가? 사람이 제대로 먹지 못하면 몸이 붓는다. 어린아이도 붓고 어른도 붓고 여자도 붓고 남자도 부었다. 그러나 살기 위해서 무엇이든 먹어야 했다.

먹지 못해 붓는 병을 부황증이라고 한다.

이 병은 잘 먹으면 낫는다. 그런데 산속에 먹을게 없다. 소나무 껍질을 벗겼다 딱딱한걸... 껍질을 벗기면 종이처럼 얇은 속 껍질이 있다. 그 속 껍질을 벗겨 입에 넣고 씹는다. 진한 소나무(송진) 냄새와 떫은 맛이 난다.

씹고 씹는다. 그리고 삼킨다.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은 이 나라 민중들의 뚱뚱 부은 얼굴이 빠졌다. 발등 부은 것도 종아리 부은 것도 빠졌다. 잘 먹고 좋은 약으로 치료해야 하는  이 나라 부황병 환자들을 소나무는 자기의 속 껍질로 살려냈다. 봄이면 소나무 잎 끝마다 새순이 돋는다. 배고픈 아이들은 그 새순을 따서 먹었다. 얍사 한 소나무 냄새 그러나 그거 많이 먹었다고 배탈 난 사람 없었다.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있었나? 소나무 옆 가지 쳐서 아궁이에 넣고 방을 덮였다.

가을이면 솔잎 가지를 긁어다 땔 감으로 썼고 겨울엔 솔방울 따다 교실에 난로용 사용했다. 필자의 국민학교 시절 얘기다. 깊은 산속에서 어느 도인은 계곡에 흐르는 물과 솔잎만 씹으며 수행했다고 한다.
이러한 고난의 세월 견디며, 십 년, 백 년, 이백 년, 삼백 년이 흐르는 동안 늙은 소나무에게는 인간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적인 능력이 생긴다고 한다.

함부로 낫을 찍어 곁가지를 쳐서도 안되고 나무에 어떠한 위해를 가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예외는 있ㅆ다. 부처님 모시는 사찰 짓는데 대웅전 기둥이나 천정 대들보 감으로 또는 나라의 궁전을 짓는데 쓸 때에는 나무를 자르되 톱질 군이 나무에 톱을 대기 전에 절간 스님이 늙은 소나무 앞에서 예불하며 나무의 생명을 끊는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한다.

10여전에 어떤 무지몽매한 자가 이 나라 국보인 남대문에 방화했을 때다. 불타버린 앞 기둥감을 교체할 나무가 최소한 삼백 년 수령은 되어야 하는데 300년 수령 목을 어디서 구할 것인가? 지금이 조선시대라면 모를까... 6.25 사변으로 이 나라 산하가 폭격으로 불바다가 되었었는데...

당시 대통령이 전국 도지사 군수들에게 공문을 돌려 300년 수령 목을 구해보라 했더니 다행히 강원도 어느 곳에 어느 문중 산에서 발견되었다. 그 문중에서는 그나를 기꺼이 나라에 바친다 하여 남대문을 수리하는 도목수가 나무에 도끼질을 하며 (어명이오~ 어명이오~)를 세 번 외치는 걸  TV를 통해 보았는데 ...

필자는 수긍이 가는 얘기라 생각했다. 나라의 명으로 너의 생명을 자르니 도목수인 자기나 톱질하는 일꾼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말아달라는 애원인 것이다. 이렇게 잘린 늙은 소나무는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기는커녕 나무가 잘린 그 시간부터 서서히 땅속 깊 이 뻗은 뿌리 속에 인간을 병마에서 구하는 선약을 잉태하여 키우니 그것이 유명한(복령)이다.  

소나무를 가리켜 뿌리 깊은 나무라 칭한다. 땅 속 깊이 뿌리가 뻗기 때문에 가뭄을 타지 않는다. 강한 태풍에도 뿌리가 뽑히지 않는다.

나무가 1미터 자라면 뿌리도 1미터 뻗는다.

10미터 자라면 뿌리 또한 10미터 땅 속으로 뻗는다. 300년 동안 30미터 자랐다면 30미터 뻗은 땅속에서 얼마나 많은 영양분과 무기질 분을 빨아올려 몸통과 줄기에 보냈겠는가? 그러니 속 껍질을 벗겨 먹은 부황 병든 자가 치료되고 송진을 껌처럼 씹던 아이들이 어른 되어 충치를 모르고 산다지 않는가!

300년 묵은 늙은 나무는 나라의 명으로 밑동이 잘려 나갔다. 그러나 땅속의 모든 영양분과 무기질과 약 성분을 지상의 몸통으로 끌어올린다. 그러나 몸통이 잘렸으니 어쩌랴. 모든 영양소 들은 갈 곳이 없다.

다시 뿌리 상층부로 내려가 서리서리 엉킨다. 감자만 하던 게 어른 주먹만 하게 그러다가 어른 머리통만 하게... 세상 사람들은 이것을 가리켜 복령이라 이름하였고 소나무는 죽어서까지 인간을 위하여 선물을 남기었다. 참으로 위대한 자연의 섭리 아닌가?

■ 부황증 (浮黃症) [명사] 오래 굶주려서 살가죽이 들떠서 붓고 누렇게 되는 증세.
■ 복령 [茯苓 ]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잔나비 걸상과의 복령(Poria cocos Wolf)의 균핵으로 바깥 층을 거의 제거하여 만든 약재(한국). 중국과 일본에서도 한국과 같다. 출처: doop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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