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베이컨에 따르면 독서는 풍성한 사람을 만들고 토론은 준비된 사람을 만들고 글쓰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인간의 가장 강력하고 끈질긴 욕구가 무엇일까요? 자기표현 욕구이지 않을까요? 글쓰기는 최상의 자기표현 수단이죠.
"누구에게나 고상한 가치에 대한 갈망이 있다. 노숙자일지라도 인문학을 공부하면 밑바닥의 삶에서 벗어나는 힘을 얻는다."
'논리절벽'에 빠진 한국사회(허연, 매일경제, 2015.03.05)
미국 사회비평가인 얼 쇼리스는 1995년 빈곤 문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뉴욕주립교도소를 방문한다. 그는 교도소에서 살인죄로 8년째 복역 중인 20대 여성 수감자와 면담을 하게 된다. "당신은 왜 무엇 때문에 이런 삶을 살게 되었나요?" 여성 수감자는 뜻밖의 대답을 했다. "정신적 삶이 없었기 때문이죠."
쇼리스가 다시 물었다. "정신적 삶이라뇨?" "왜 있잖아요. 독서나 강의 박물관 같은 거 말이에요." 부모를 잘못 만났다거나, 가난했다거나, 운이 없었다거나 아니면 친구를 잘못 사귀었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예상했던 쇼리스는 큰 충격을 받는다. 이후 그는 '클레멘스 인문학 과정'을 만든다.
'클레멘스 인문학 과정'은 전과자, 마약중독자, 노숙자, 성매매 여성 등을 모아놓고 독서와 강연을 통해 철학 문학 역사 예술 논리학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수료한 사람들은 아리스토텔레스와 괴테를 읽으며 무엇을 얻었을까. 언뜻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된 것도 아니었을 테고, 당장 노숙이나 마약중독을 해결해주지도 못했을 텐데 말이다.
프로그램을 수료한 한 여성 노숙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에 그 답이 있다. "책을 읽으며 단어와 논리를 갖게 됐어요. 나를 설명할 수 있게 된 거죠. 책을 읽기 전에는 나 자신을 설명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욕설이 먼저 나갔고 주먹질을 하고 총질을 하고 그랬죠. 이제는 안 그래요."
한 사람이 체득한 단어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한 사회를 바꾸며, 한 국가를 바꾸고 문명을 바꾼다. 지구가 네모나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인류가, 죄 없는 여성들을 마녀로 몰아 불태우던 인류가 이만큼 진보를 이룬 바탕에는 뭐니 뭐니 해도 모두가 공유하고 확산시켜온 단어와 논리, 바로 지식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