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이 끝났다.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섭섭하고 아쉬우며 한편으로는 시원하기도 하다. 이번에는 더욱 그렇다. 권고사직의 탈을 쓴 부당해고를 겪었기 때문이다. 3개월 인턴십으로 근로계약서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2달이 좀 지났을 때 하루 전 그만두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간 일을 잘 못했나,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할정도로 사람들에게 인정 받지 못했나 - 라는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우선 알겠다고 수긍했다.
그날 밤, 집에 온 후 생각해보니 억울하고, 화나고 속상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결과, 나의 경우가 '부당 해고'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30일 전에 해고예고를 하지 않으면 한 달치의 월급을 받을 수 있는 '해고예고수당'을 요구해도 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예전에는 6개월 이상 월급을 다닌 사람이어야 가능했지만, 최신 뉴스를 보니 6개월 이전의 근무자도 30일 전 해고통지를 받아야 해고처리가 된다고.
나의 경우는 해고를 구두로 받았지만, 서면으로 해고통지서를 받지 못했기에 해고라고 정당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해고라고 말하는 걸 녹음하지도 못했고.. 그래서 정말 복잡했다. 부당해고를 받았기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었지만, 인턴과 같은 계약직의 경우에는 구제신청이 이루어지는 동안 기간이 끝나면 복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었기 떄문이다. 그래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하지 못하더라도, 30일 전 통보받지 못했기에 부당해고 예고수당만은 꼭 받아야 내 권리를 지킬 수 있는 거라 생각했다.
부당해고와 권고사직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직서다.
부당해고는 사직서를 쓰지 않고 서면으로 해고통지서를 받는 경우고, 권고 사직은 30일 전 굳이 말을 들을 필요 없이 사직을 권고받은 후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쓰는 행동이기 때문에 해고 예고 수당을 받지 않아도 된다.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썼으니 해고가 아니기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도 없게된다. 그래서 난 꼭 해고통지서를 받아 해고예고수당을 받아야 겠다고 결심했다.
전날 해고 -> 해고 예고 수당 O / 계약직이므로 부당 해고 구제 신청 X 계약직에게는 그나마 나은 것
전날 권고사직 -> 사직서 작성 -> 해고 예고 수당 X 부당 해고 구제 신청 X 회사에 불이익 O
쉽게 말하면 위처럼 정리되는데, 권고 사직은 근로자가 해고 예고 수당을,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을 할 수는 없으나 회사에 네 개의 불이익을 얻는다. 검색창에 '권고사직 회사불이익'이라고 치면 나오는데, 크게 4가지로 이루어진다.
- 고용허가제에 따른 외국인 근로자 채용 제한
- 고용유지대상 사업지원 제한
- 정부지원 인턴 제한
- 고용노동부의 점검 대상이 될 수 있음
하지만 근로자가 권고사직을 써도 회사가 고치면 그만.. 그래서 해고를 주장하기 위해 다음날 회사직원을 만났다. 전날 회사를 그만두라고 통보하는 건 '해고'가 아닌가요? 라고. 그랬더니 회사 사정상 어쩔 수가 없다는 말만 하며 절대 해고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해고가 아니니, 해고통지서도 줄 수 없다고. 그 이후는 차마 글로 적을 수 없다.. 그래서 그냥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회사가 바꿔치기 할 지도 모를 권고사직을 쓰고, 회사를 나왔다. 물론 경력증명서를 받고. 이 회사에 정규직으로 들어가고 싶은 직원들도 많은데, 난 아니다. 마무리가 더욱 좋지 않았기 때문. 정말 신기하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다들 왜 '정규직' '정규직'이라고 말하는지 깨달은 날.
회사엔 어쩔 수 없이 꼰대가 있기 마련이고, 乙은 계속해서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을 들어야 한다. 일도 마찬가지. 다른 회사는 어떨 지 모르겠지만, 乙로 갈 수록 더욱 업무강도는 엄해진다. 복지 좋고 꼰대 없으며 돈 많이 주고, 모든 사람을 존중하는 그런 회사는 없을까.. 아니, 그런 직업은 없을까..
나는, 앞으로 무얼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