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티의 단편 소설] Nmap Scanner(1)

huti(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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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초능력이 잠재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자신의 초능력을 깨닫지 못한 채 살다가 죽는다. 초능력을 너무나 특별한 능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어두컴컴한 밤 풍경에 빛이 가득하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학원에서 나와 한적했던 거리를 메운다. 대로변에는 학부모 차들이 두 줄로 대기 중이다. 차들로 향하는 친구들과 인사하고 쓸쓸히 혼자 걸어가는 학생이 내 마음에 돌을 던진다. 나는 이상하게도 혼자인 사람들을 보면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 감정을 정확하게 콕 찝어 무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측은함과 동질감 같은 단어로 그나마 비슷하게 포장할 수 있겠다.

나는 저 학생과 소통하고 싶다. 얼핏 보아도 나와는 스무 살 정도의 거리가 있다. 그렇지만 쉽사리 말을 걸 수는 없다. 섣부른 말은 오해를 불러온다. 밤이라는 시간은 오해를 더 크게 하며, 내가 남성이고 학생이 여성이라는 조건은 말을 걸기에 최악의 조건이다.

하지만 나는 이성에 관심을 두지 않기로 마음을 먹은 지 오래다. 연애 감정이 내 상처를 증폭시켜 왔기 때문이다. 여자 친구의 사소한 말에도 상처받았던 나는 연애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 여기게 되었다. 자연스레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았다. 바쁜 사람들 속에 혼자 버려진 시간이 만든 공허함. 껍데기 속에 담긴 일상들.

학생과 점점 거리를 둔다. 내 걸음이 빨라지면, 짜릿한 공포감이 저 학생의 뒷목을 얼릴 것이다. 학생이 모퉁이를 돈다. 나는 학생과 다른 길을 택한다. 두 길은 만나게 되어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나는 거의 뛰다시피 걷는다. 저 학생을 앞지르고 싶은 욕구가 강렬하다. 그 학생이 뛰지 않았다면, 지금쯤 내가 학생을 앞질렀을 것이다.

다시 모퉁이다. 오른쪽으로 돌면 건널목이 있다. 학생도 건널목 쪽으로 걸어오고 있을 것이다. 나는 모퉁이를 돌아 건널목을 등지고 학생 쪽으로 걸어간다. 이제 내가 연습해 온 능력을 시험할 차례다. 말을 걸지 않고도 학생의 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나는 오랜 연구 끝에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우선은 나와 대화할 마음이 있는지를 알아내야 하는데, 사람은 눈에서 나오는 빛으로 신호를 보냄으로써 그것을 알 수 있다.

"저기요."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SYN+ACK 신호가 안경으로 날아옴과 동시에 학생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한테 뭐 할 말 있어요?"

누가 봐도 내 말투에는 당혹감이 배겨 있었다.

"아니요."

망했다. 이것도 병이다. 내 마음과는 다른 말이 나와 버렸다. 역시 내 말은 오해를 불러온다.

학생이 나를 지나쳐 간다. 나는 돌아서서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학생의 뒷모습을 본다.

뒤따라가서 말을 걸어보고 싶지만, 내가 위협적이라는 판단이 들면 학생은 열었던 마음을 닫아버릴 것이다.

학생이 건널목을 건너가고 있다.

순식간이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학생이 쓰러졌고, 학생을 친 차는 재빠르게 도망갔다.

뺑소니 사고가 눈앞에서 일어났다.

차를 쫓고 싶은 마음은 뒤로하고, 학생을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가장 가까운 병원은 3km 떨어져 있다.

주변에 지나가는 차가 없어서 택시를 부른다.

가까운 거리여서 그런지 응답하는 택시가 없다.

구급차가 빠르게 오길 바라며 구급차를 호출하고, 학생을 조심스럽게 안전한 곳으로 옮긴다.

학생이 힘겨운 표정으로 눈을 떴다. 다행히 아직 의식이 선명해 보인다.

SYN을 보내니 SYN+ACK 신호가 돌아온다.

나는 SYN을 여러 개 보내, 어떤 마음에서 SYN+ACK가 오는지 알아냈다.

열린 마음 번호는 22와 443이다.

22는 비밀스럽게 소통하고 싶다는 뜻이고,
443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테니 비밀로 해달라는 뜻이다.

"일단은 쉬어라.
하고 싶은 말은 나중에 해도 된다.
아저씨가 나중에 다 들어줄게."

학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흘린다.

사이렌 소리가 반갑게 들린다.
드디어 기다리던 구급차가 도착했다.
대원들이 환자를 들것에 올려 구급차에 싣는다.
그리고 나도 따라서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구급차가 한적한 도로를 빠르게 달린다.

"조금만 참아. 금방 도착할 거야."

학생은 고통을 잊으려고 애써 눈을 감고 있다.
점점 고통이 심해지는지 신음을 내며 새끼손가락을 꼭 쥔다.
학생의 고통이 온전히 나에게 전해지는 듯하다.

병원이 보인다.
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차가 멈추고, 들것이 밖으로 실려 나간다.
두 대원이 들것을 이동식 침대 위에 놓고, 침대를 밀어 응급실로 뛰어간다.

얘기를 들어보니 학교 선생님에게 가장 먼저 연락이 가고, 학교 선생님이 학생 부모님에게 연락한 모양이었다.
선생님이 먼저 도착했고, 부모는 선생님보다 삼십 분 늦게 도착했다.

"안녕하십니까?"

부모와 선생님 모두 나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본다.
SYN을 보내니 RST+ACK 응답이 돌아온다.
나는 그들이 나를 오해하고 있음을 확신했다.

"제가 차량 번호를 봤습니다."

그제야 그들의 마음이 열린다.

"보호자 분들이 오셨으니, 저는 경찰서로 가보겠습니다.
범인을 잡아야죠."

"아이는 괜찮은가요?"

학생의 어머니가 목이 메는 소리로 묻는다.

"아파 보였지만, 의식은 있었습니다.
치료가 무사히 끝나길 바랍니다."

나는 괜찮다는 말을 차마 건네지 못하고 병원 밖으로 나갔다.

  • 2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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