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고 어떤 작가가 되려고 하는가

huti(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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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맴, 매미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던 어느 여름이었다.
무소의 뿔처럼 강직하게 내달리던 꿈길이 바스러졌다.
나에게는 커다랗지만 소박한 꿈이 있었다.
벗들과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 있었다.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 싶었다.
나는 사람이 돈으로 환산되기보다 사람이 사람으로 존중받는 관계를 희망하며 실천했다.
그렇다고 소위 말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은 건 아니었다.
단지, 공부한 것을 나누고 배운 것을 실천하고 싶었다.
나는 그런 이상을 품은 채 치열하고 배고픈 20대를 살았다.
혼자라면 이상에 머무를 테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되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구름이 별들을 가리고 세상의 어둠은 깊어갔다.
설상가상으로 나는 믿었던 사람들에게 실망하게 되었다.
누군가도 나에게 실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둠을 밝히는 작은 별을 찾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책을 펴들고 정보 보안 공부를 시작했다.

샥샥, 책을 넘기는 소리가 괜스레 불안했다.
혹시나 공부한 내용을 잊어버릴까 봐 책의 내용을 꾹꾹 눌러 노트에 적거나 컴퓨터에 입력해 저장했다.
일자리를 찾으면 불안감이 사라질 거라 기대하며 무딘 밤을 보내고자 노력했다.
아홉수가 지나고 30대가 되어 IT 회사에 취업하는 데 성공했고, 회사 생활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20대에 겪었던 어려움에 비하면 회사 생활의 어려움은 조족지혈만큼이나 사소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은 공허함은 결코 작지 않았다.
나는 그때 진정한 외로움은 고독이 아니라 사람 속에서의 외로움이라는 걸 체감했는데,
사람들에게는 이 답답함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했다.
꾹꾹 눌러 삭히다가 공허함이 밀물처럼 밀려올 때면, 고독하게 책을 들고 방에 처박혀 공허함을 쓸어냈다.

무더운 여름이었다.
매미가 사람이 우는 것처럼 울었다.
괜스레 공허해지는 소리였다.
웬일인지 견딜 수 없이 아팠다.
생각이 복잡하게 뒤엉켜 괴로웠다.
고민이 맴돌면서 땀이 흘렀다.
나는 힘없이 침대 위에 드러누워 잠을 청했다.
그러나 잠은 오지 않았고 적요한 시간이 상처를 쿡쿡 찔렀다. 상처는 안개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시나브로 쌓여 온 상처들의 정체를 찾는 일은 또 다른 상처를 낳았다.
강하다고 믿었던 나의 내면에 균열이 생겼다.
강한 의지로 현실을 타개하던 내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사소한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는 내가 나타났다.
나를 믿는, 내가 믿는, 그런 관계가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속내를 털어놓고 싶은 사람이 없는 게 가장 힘들었다.
그래서 웹소설이 생각났을까?
말하고 싶은 욕구였을까?
나는 웹소설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고, 한 번도 쓴 적이 없었다.
목차도 줄거리도 정해놓지 않았다.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싶은 날처럼 내 안의 고뇌를 끄집어내면 그만이었다.
나는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웹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 첫 화에는 대학생의 고단한 하루를 담고 싶었다.
내가 느꼈던 삶, 내가 바꾸고 싶었던 현실을 쓰고 싶었다.
고액 등록금, 저임금 아르바이트, 부족한 시간, 비싼 주거비, 열악한 주거 환경, 부족한 시간, 청년 실업 등으로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사는 대학생들의 삶을 써야 할 것 같았다.
그들의 삶 앞에 글로나마 참회하고 싶었다.
내가 공부했던, 공부하고 있던 지식이 몽실몽실한 마음과 결합하여 소설에 살이 붙었다.
보안 공부했던 것, 경제 공부를 했던 것, 사회 공부를 했던 것, 현실에서 공부한 걸 구현하려고 노력했던 것들이 버무려졌다.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던 가을이었다.
네이버 웹소설 챌린지리그에 여덟 번째 글을 올리던 날이었다.
보안 프로젝트 조정원 대표님에게 연락이 왔다.
출판사를 소개해줄 테니 종이책으로 출판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소설을 쓴지 두 달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가을 앓이를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해에는 가을을 앓지 않았다.
무기력증이 사라지고 의욕이 살아났다.
나를 표현할 공간이 생긴 덕분이었다.
표현할 곳이 있어야 사람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소설을 쓰고나서야 실감했다.
맴돌던 고민이 헝클어진 실타래 풀리듯이 풀렸다.
그러자 나는 글로 누군가를 치유하고 싶어졌다.
어느 연예인이 자신을 치유하자 주변을 치유하고 싶다고 했던 말이 가슴에 스몄다.
발로 뛰어다녔던 삶의 현장을, 바꾸고 싶던 현실을, 꿈꾸던 세상을 글자로 옮겼다.
바스러졌던 꿈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공부하고 있는 것들, 고민하는 것들, 세상에 느끼는 감정을 글에 녹이며 자아를 실현했다.
어두운 밤에 불을 켜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방이 환하게 밝았다. 별만 어두운 밤을 밝히는 것이 아니었다.
낮은 자리에서도 어두운 밤을 밝히는 불빛들이 있었다.
나는 그 불빛들을 쓰려고 한다.
지금도 작은 잡음에 아파할 사람들의 마음을 쓰려고 한다.

그들에게 전하려고 한다. 당신이 어두운 밤을 밝히는 불빛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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