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언어가 누군가에게 닿았을 때

huti(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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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응원이란

누군가의 짧은 문장이 나에게 스몄다. 

나의 글에 "작가님의 글을 보면서 힘을 내고 있어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어떤 명문장보다 강렬한 에너지를 품은 글귀였다. 종이책으로 나오기 전, 그러니까 웹소설을 연재하던 때에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이었다. 이 댓글은 나의 글이 그의 마음까지 스몄다는 의미였기에 무량한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다. 보람, 그것은 나의 노력이 타자에게 전해졌을 때 형성되는 고결한 감정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네이버에도 소중한 댓글이 달렸다. 독자는 "작가님의 말처럼 문,무,예,체를 골고루 익히는 보안인이 되겠습니다."라는 의지를 댓글로 표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만큼이나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 머나 먼 여행이라고 한 신영복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독자가 가슴에서 발까지 여행을 하는데 나의 글이 나침반이 된 것 같아서 반가웠다. 내 주변에 어슬렁거리던 단어들이 얽히고 섥히어 누군가에게 읽혔고, 내가 창조한 세계가 누군가의 세계가 되었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 사실은 머리에서 손으로, 가슴에서 손으로 가는 나의 긴 여정을 외롭지 않게 했다.

작가를 성장시키는 건 독자

글을 쓰는 건 때때로 고단한 작업이었다. 앙앙 울던 갓난아기처럼 비언어적인 응어리가 글로 제대로 표현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비가 오던 어느 날에는 감정이 지나치게 표현되어 글을 망쳐버려 망연자실했었다. 장기간 일관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써야 했고, 시간을 붙잡지 못해 쫓기듯 써야 했다. 처음 쓰는 소설이라 능력의 한계를 체감한 적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의 글을 읽으면서 자신의 세계를 살아가는 독자들을 떠올렸다. 내 글에 댓글을 단 독자는 전체 독자의 극히 일부일 것으로 생각하며, 앞으로 더 많은 독자가 내 글을 읽고 마음에 파동이 생길 거라 믿으며, 소중한 시간을 문장으로 배열했다. 

여름이 가을이 되고, 가을이 겨울이 되고, 겨울이 봄이 되고, 봄이 다시 여름이 되었다. 처음 소설을 시작했을 때보다 글쓰기가 능숙해졌고, 고단했던 시간마저 사랑하게 되었다. 쨍쨍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날, 나의 갈증을 해소한 건 물이 아니라 글이었다. 

독자가 깨닫게 한 작가의 역할

33도를 웃돌던 2014년 7월이었다. 소설을 쓴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책이 나왔다. 서점과 도서관의 책꽂이에서 내가 쓴 책이 눈에 띄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인기 순위에 오르는 것이 놀라웠다. 온전히 내 힘으로 세상에 창작물을 내놓았다는 사실, 독자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은 생각보다도 감격스러웠다. 노동이 소외된 느낌이 가시고, 고인 지식이 흐르고 흐르는 느낌이 좋았다. 아침 해가 밝아 눈을 뜨면, 하루가 벅차올랐고, 온종일 누군가에게 더 얘기하고 싶어졌다. 

그 욕구를 못 이긴 나는 저자와의 대화를 몇 차례 열어 사람들과 책에서 못다 한 얘기를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얼굴을 맞대서 얘기를 나누니 내 언어가 사람들에게 스미는게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내 생각과 내 감성이 담긴 책은 보이지 않는 관계를 창조했고, 나는 그 관계를 사랑하게 되었다. 

특히 어른이 되면 나를 닮고 싶다던 중학생을 기억한다. 정보 보안을 공부하는 중학생이었다. 앳된 얼굴에 진지한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그 친구는 내 책의 문구를 선명하게 기억해 주었다. 그 친구는 내 책과 강의를 듣고 자신도 인문학적인 안목을 가진 정보 보안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나의 언어가 그 친구 꿈 그림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니 사무치게 뿌듯했다. 

저자와의 대화에는 정보 보안을 전공하지 않은 분도 계셨다. 드라마 작가분도 계셨고, 디자이너분도 계셨고, 경영학과 학생분도 계셨다. 정보 보안이 대중적으로 퍼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던 나에게 그 자리는 매우 뜻깊었다. 여러 방면에서 생활하고 있는 분들이 내 언어에 공감하고 내게 질문하는 동안, 내가 제대로 살고 있다는 위안을 얻었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으며, 내가 이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고민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책을 내고 독자와 대화하면서 언어의 가치는 사회적 가치라는 말이 피부에 닿았다. 독자와의 관계 속에서 내가 존재했고, 독자를 타고 글이 흘렀다. 글은 누군가를 나의 세계로 초대했고 나를 확장하는 매개가 되어 주었다. 

그 과정에서 누구는 위로를 받았고, 어떤 이는 지혜와 교훈을 얻었으며, 아무개는 동기가 생겼다. 나의 문장이 누군가에게 스민다는 것, 나의 세계와 그의 세계가 마주친다는 것, 그것은 내가 인생의 주인임을,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주체임을 일깨웠다. 나는 나의 글이 당신을 인생의 주인으로, 사회적 가치의 주체로 세우는 데 일조하기를 바란다.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