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팀]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 - 무라카미 하루키

huti(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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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은 정신이 일그러질 정도의 아픔이다. 상실의 시대는 정신이 바스러질 정도로 아픈 시대다. 가족, 친구, 학교, 일자리가 무너지는 시대, 개인이 쓸쓸히 방황하다가 타자를 상실하고 자아를 잃는 죽음의 시대다. 우리나라에서 '상실의 시대'로 번역되어 유명해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은 나에게 죽음의 시대로 읽혔다. 기즈키의 파편화된 욕구가 허공을 떠돌며 죽었고, 나가사와의 떠돌던 욕망이 하쓰미의 허망한 육신을 죽였다. 애인과 죽마고우 사이 존재의 죽음은 나오코를 괴롭히다 나오코를 죽였고, 나오코의 아픔과 죽음은 와타나베의 젊음을 지배하였다.

상실이 이리도 아픈데도 우리는 상실을 쉽게 생각한다. 쉽게, 이별하고 적이 되고 남이 된다. 우리는 깊이 파인 상처에 무뎌지는 연습을 하며 살아가다가 이내 혼자가 되기를 택한다. 역설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해야 상실의 시대에 상실감을 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상실감이 크지 않을 정도로 사랑하고, 배신감을 최소로 느낄 정도로 믿는다. 내가 누군가에게 상실감을 줄까, 짐이 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며 관계에 마음을 쏟지 못한다. 소설 속의 나오코가 그랬듯.

소설 속의 인물들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조금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의지할 데가 없고, 의지할 줄을 모르며, 의지가 되어주지도 못하고, 시대를 바꾸지도 못한다. 사랑과 안정이 없고, 학교와 일자리가 무의미하고, 행복한 사람이 곁에 없다. 우리가 가족, 친구, 사회에서 사랑과 안정을 느끼고, 학교와 일자리에서 만족을 느낄 때, 아등바등 행복을 향해 달려가지 않아도 행복한 사람이 곁에 있을 때, 그때 비로소 우리가 행복하지 않을까 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상실의 시대에 곰곰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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