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학생 시절 용돈 벌이로 시작하여 깨달음을 얻고 사명감까지 갖게 된 제 과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대학생이 대학 생활을 하다 보면 늘 돈이 부족합니다.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언제까지나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는 없었지요. 다행히 대학생 내내 전액 장학금을 받고 다닌 덕분에 학비는 들지 않았지만 생활비는 어떻게든 마련해야 했습니다. 친구들과 모임에서 술을 마시더라도 떳떳하게 내 돈을 내면서 즐기고 싶고 때로는 과감하게 친구들에게 한 잔 사주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외동으로 자라오면서 여러모로 말썽을 피운 적이 더 많았기에 효도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저 하나를 뒷바라지 해오시면서 온갖 고생을 하신 부모님께 언제까지고 신세를 질 수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경제적으로 독립할 때 진정한 성인으로 거듭난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게 되었죠.
그러다가 시작하게 된 과외, 처음에는 분명 서툴렀습니다. 저 역시 갓 고등학생 티를 벗어나지 못했기에 선생님으로서 지도한다기보다는 동급생이나 후배를 비슷한 눈높이에서 알려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제가 공부했던 방식대로 교재를 사서 하나하나씩 짚어가며 무식하게 가르쳤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시절 따로 과외를 받거나 학원을 다니지 않아서 제가 고등학교 시절 수학 공부를 할 때, “정석은 역시 정석이다”라는 신념을 갖고 수학 정석 기본편을 사서 혼자 주구장창 개념을 익히고 문제를 풀었습니다. 개념을 이해할 때까지 연습장에 옮겨 적었고 기본 문제, 예제 문제, 연습 문제 등 차례차례 말 그대로 정석처럼 공부했습니다. 물론 그래도 어려워서 다시 몇 번을 반복했지요. 처음 공부할 때는 정독하면서 모든 문제를 풀면서 다졌고 복습할 때는 따로 표시한 문제만 골라서 봤습니다. 고1 때 봤던 내용을 고3 되어서도 다시 보고 그 때 그 느낌을 살렸습니다. 여러 번 보게 되니 완벽히 아는 내용, 애매하게 아는 내용, 미처 몰랐던 내용이 구분되어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그래서 수학의 정석 기본편은 각 파트 별로 졸업 전까지 20번 정도는 돌려 본 것 같습니다. 양장본 책이 닳아 너덜너덜해졌고 페이지가 새까매져서 친구에게 저기 손닿으면 병균 옮겠다는 소리까지 들었지요. 정확히 그 공부 방법을 제 과외 학생들에게도 적용했습니다.
사실 이 방법을 제 과외 학생들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게 잘못된 지도 방식이라는 것을 처음 맡았던 서너 명을 거치면서 깨닫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학생들마다 개인 편차를 넘어선 효과적인 공부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비싼 돈을 내면서 과외를 받는 이유가 그냥 공부를 하려고가 아니라 좋은 공부 방법으로 지도를 받기 위함임을 느꼈습니다. 정말 고객을 응대하듯이 과외 지도 방식을 체계화할 필요를 느꼈고 수학, 물리 교육에 있어서는 저만의 교수법을 갖게 되었죠. 단순히 내용 요점 정리하는 정도가 아니라 가장 쉽고 재미있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서울대, 과학기술원, 사관학교 등 각 입시 조건에 맞춰 기출 문제를 따로 선별해서 자료화하는 것은 기본이고 학생들을 대할 때도 어떤 학생에게는 나긋나긋 천천히, 다른 학생에게는 불같이 무섭게 다그치며, 학생 개인에게 맞는 지도 방식을 택했습니다.
어설픈 선생님이 전문적인 선생님으로 거듭나게 되니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가르치는 맛을 깨닫게 되면서 점점 돈 때문만이 아니라 저를 통해 학생이 성장하고 저 또한 자극을 받는 것을 즐기게 되었죠. 물론 완벽히 순수하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입소문이 나면서 과외 제의가 빗발쳤고 저와 잘 맞고 성적을 효과적으로 올려줄 수 학생 중에서 과외 금액, 시간, 거리 등을 선별해서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제 개인 스케줄 관리도 중요했기에 한 번에 최대 5명 학생까지만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그룹과외를 하게 되면 학생 입장에서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1명씩만 가르쳤지요.
과외를 ‘잘’만 하면 대학생 신분에서 상당한 벌이가 됩니다. 어떤 일이든 다 그렇듯 ‘잘’ 해내기가 힘들지만 제 경우에는 지금 돌이켜봐도 운이 좋았습니다. 학비는 장학금으로 해결되었기에 과외를 통해 번 돈은 생활비를 벌고 저축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기도 하고 특히 당시 아버지께 최신 노트북을 선물해드린 적이 있는데 그 때 아버지 표정이 아직도 생생히 그려집니다. 사실 과외왕(?)이 되면서 그러고도 차곡차곡 모아 유니세프에 기부도 하고 기숙사를 탈출하여 보증금으로 원룸 계약을 하여 자취 생활도 시작했으며 대학원에 진학할 때쯤 아반떼 AD 신차가 출시되자마자 일시불로 사버렸지요.
여러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끼게 된 것이 있습니다. 어떤 분야든 간에 관심만 가질 뿐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하는 사람은 드물고, 노력만 할 뿐 그에 알맞은 적당한 방법을 아는 사람도 드물다는 것입니다. 이런 깨달음은 제 학업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제 과외전단지에 자랑하듯 이력을 써놓았다시피 제가 학업에 열정을 갖게 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가르친 50여 명의 학생들이 모두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학생마다 말 많고 탈 많은 적도 많았지요. 분명한 것은 과외 지도가 저와 학생 모두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대학원 학업과 연구에 집중해야할 시기이기도 하고 제 개인 생활이 더 중요해졌기에 과외를 더 이상 하고 있지 않지만 이전에 지도했던 학생들이 연락이 오면 열심히 과외를 하면서 지냈던 시절이 문득 문득 생각이 나면서 지금도 한 두 명 정도의 학생을 가르쳐볼까 욕심도 나긴 합니다. 과외 지도를 그만둔 상태라 그런지 저 역시 요즘 학업과 연구에 대한 흥미가 비례해서 줄어든 것 같기도 하네요.
지금까지 제 과외 선생님 시절을 돌이켜보았습니다. 너무 제 자랑만 늘어놓은 것 같군요. 앞으로 가끔씩 공부 자극이 되는 자료, 저만의 공부 방법 노하우 등에 대한 내용의 글도 작성해볼까 싶기도 하네요. 관심 있으시다면 써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