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을 제작해주신 @leesol 님께 감사드립니다.
@oldstone 님의 스팀잇의 익명성에 대한 토론 제안에 대한 글입니다.
#kr-agora 태그가 불붙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스팀잇의 익명성에 관한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표출해주셨습니다.
스팀잇에서는 익명성 여부를 각자 선택할 수 있고 동시에 이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익명성의 자유와 보장이 지금의 스팀잇 환경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익명성을 선택하는 이유와 그에 대한 장단점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께서 충분히 논해주셨기 때문에 저는 익명성을 포기하고 느낀 바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일전에 제 실명과 신분을 모두 드러냈습니다.
여자 친구와 상의하여 여자 친구 계정 @jeonhyeonjeong 까지 공개했고 제가 알기로 스팀잇 최초(?) 커플 계정이라고 할 수 있는
@hani-jeong 계정까지 만들었지요.
그리고 어머니께서 스팀잇 활동을 시작하시면서 어머니 글을 추천함과 동시에 어머니 @mindwindow 계정 역시 공개했습니다.
익명성을 깊게 고려하지 않은 까닭도 있었습니다만 선뜻 익명성을 포기한 이유는 매우 단순합니다.
굳이 숨길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 @hunhani 계정의 경우 자기소개에서 밝힌 바대로 제가 과학기술을 통해 느낀 흥분을 여러분과 공유하면서 스팀잇과 함께 스스로 성장하고 싶었기 때문에 실명과 신분을 드러냈습니다.
덕분에 #kr-science 태그에서 활동하는데 거리낌이 없었고 더욱 애착이 가고 책임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서로에 대한 사랑과 확신을 느끼고 있었기에 영원히 기록되는 블록체인에서 여자 친구 @jeonhyeonjeong 계정과 커플
@hani-jeong 계정을 공개할 수 있었습니다.
지워지지 않는 블록체인 기록에 저희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에 부담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자랑스럽고 서로 관계가 돈독지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어머니 글을 추천하면서 어머니 @mindwindow 계정을 공개할 때는 괜히 어머니께 호들갑에 유난을 떤다는 말씀을 들었지만 이제는 어머니와 스팀잇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정말 신기하고 재밌습니다.
게다가 어머니께 좋은 취미 생활을 마련해드린 것 같아 매우 뿌듯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저를 밉게 보지 않고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스팀잇에서 익명성은 분명 필요하고 그 장점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익명성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에서 저와 같이 익명성을 포기했을 때의 장점 역시 소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끝으로 지난 놀라운 자연의 마법, 양자 중첩/얽힘/순간이동 글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가져와서 이를 확장하여 스팀잇의 익명성에 관해 의견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A는 질량 1kg, 길이 1cm 정사각형 철판을 측정합니다.
여러 번의 시행을 반복해도 동일한 물리적 조건 (등온, 등압) 하에서는 철판의 질량과 길이가 바뀌지 않습니다. 질량을 측정한다고 길이가 바뀌지 않고, 길이를 측정한다고 질량이 바뀌지 않겠지요. 고전 상태의 측정은 측정 행위가 상태에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없고 측정 결과로 초기 상태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요.
A와 B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 관계입니다.
상황 (1)
A: B야, 널 사랑해.
B: 나도 정말 사랑해.
→ B는 사랑 표현을 한 A에게 더 큰 사랑을 느낀다.
상황 (2)
A: B야, 널 사랑해.
B: 그래. 고마워~
→ B는 내색은 안했지만 속으로 부담을 느끼고 나도 정말 A를 사랑하는 걸까 고민한다.
상황 (1)의 경우, A와 B가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지겠지요. 하지만 상황 (2)의 경우, A는 괜히 사랑 표현을 해서 B로 하여금 둘 사이의 관계를 악화시킨 걸 수도 있습니다. 평소 A와 B의 관계를 통해 사랑 표현을 했을 때 B의 대답과 반응을 짐작할 수는 있겠지만 어떤 결과를 초례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마찬가지로 양자 상태의 측정은 측정 행위가 상태에 영향을 주며 측정 결과로 초기 상태를 충분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이 내용이 스팀잇의 익명성과 무슨 상관이야?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많은 분들이 스팀잇에서 익명성을 포기하고 자신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행위가 위 양자 상태의 측정과 같다고 여기시는 것 같았습니다.
익명성을 선택할 수 있는 지금의 스팀잇 환경에서 익명성을 간직하거나 포기하는 것 모두가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익명성을 유지할 때 비교적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고 편견 없이 평가받을 수 있으며 신비로움을 간직할 수 있지만, 익명성을 포기하는 순간 막연하던 자신의 정체성이 결정되고 신변이 노출되어 현재 혹은 미래의 자신에게 불이익이 될 수도 있지요.
그러나 반대로 나를 곤란하게 만들 것 같은 것들이 나의 기반과 신용을 쌓게 해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익명성을 선택할 수 있는 지금 환경을 유지하되 저처럼 본인의 판단 하에 자신을 공개할 수 있는 분들이 늘어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이만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문을 제작해주신 @inhigh 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