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과학뿐만 아니라 철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근대까지만 하더라도 서양에서는 과학과 철학은 하나의 학문이었죠. 철학이 세상의 모든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자연의 진리를 탐구하는 과학도 철학의 일부였던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철학은 과학으로부터 결론을 얻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처럼, 상대성 이론은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물론 인문사회학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절실히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과학의 범주를 넘어 누구나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상대성 이론에 대해 [쉽게 풀어 쓴 상대성 이론] 시리즈에서 차근차근 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전에 포스팅 했었던 물리학도가 들려주는 인터스텔라를 더 재밌게 보기 위한 18가지 이야기과 암호화폐가 100% 망한다고 양자 컴퓨터와 블록체인 보안 이야기에서 상대성 이론에 대해 아주 가볍게 언급했었죠? 이번 시리즈를 통해 보다 자세하게 그러나 더 쉽게 전달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간단히 요약해보겠습니다. ‘모든 운동은 상대적이며, 등속 운동을 하는 모든 관찰자에게는 동일한 물리 법칙이 적용된다’는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를 떠올려봅시다. 정지해 있는 장소이든,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장소이든, 다른 운동 상태에 있는 두 장소에서 일어나는 물체의 운동에는 차이가 없다는 것을 뜻했습니다. 즉, 지상에서 가만히 서서 공을 위로 던지나, 등속 운동을 하는 기차 안에서 공을 위로 던지나, 위로 던진 공은 늘 자유 낙하 운동을 하면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죠. 그러나 지상에 가만히 서서 기차 안에서 위로 던져진 공을 바라본 경우 공은 포물선 운동을 하지요.
지구는 스스로 자전하면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여 돌고 있습니다. 태양계는 우리 은하 내에서 상하로 진동하면서 회전하고 있죠. 은하계 역시 우주가 팽창하면서 빠른 속도로 멀어져가고 있지요. 그렇다면 이 우주 안에 절대적으로 정지해있는 장소는 존재하지 않고, 만약 정지해 있다고 생각되는 장소가 있어도 그 곳에 대해 등속 운동하는 장소 역시 동일한 물리 법칙이 적용되므로 똑같이 정지해 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우주상에 정지해있는 특정 위치를 나타내는 절대 좌표를 생각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외부에서 다른 힘이 작용하지 않아 서로 정지하거나 등속 운동하고 있는 물체들의 모임인 관성계와 관성계에 속하는 두 직각좌표계가 정지 혹은 등속 운동을 할 때 한쪽 좌표계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하는 갈릴레이 변환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의 핵심입니다.
위 예시는 아인슈타인이 열여섯 살 때 품은 의문에 관한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만약 자신이 빛의 속도로 움직일 때 거울을 보면 자신의 얼굴이 거울에 비칠 것인지를 고민했습니다. 얼굴에 비친 빛이 거울에 도달하고 다시 되돌아 자신의 눈에 보일 수 있을까요? 갈릴레이 속도 덧셈 공식를 적용한다면 빛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을 때 얼굴에서 나온 빛은 거울에 도달하지 못하겠지요. 하지만 광속 불변의 법칙을 적용한다면 빛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아인슈타인에게도 빛은 항상 빛의 속도로 일정하게 보이게 되겠지요. 정답은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서 거울을 봐도 거울에 자신의 얼굴이 비친다.’입니다. 즉, 물체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광속 불변의 법칙은 항상 성립합니다. 반면에 갈릴레이 속도 덧셈 공식은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훨씬 떨어지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만 성립하고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성립하지 않죠.
이처럼 광속 불변의 법칙은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 갈릴레이 변환, 갈릴레이 속도 덧셈 공식 등을 따르는 기존의 물리 법칙과 모순이 됩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바로 이 광속 불변의 법칙을 전제로 만들어졌습니다. 기존의 물리 법칙이 성립하는 물체의 세계와 광속 불변의 법칙이 성립하는 빛의 세계를 통합하기 위한 시도 끝에 탄생한 것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입니다. 다시 말해, 물체의 속도와 상관없이 늘 성립하는 광속 불변의 법칙을 공리로 하여 물체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상대성 원리가 바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인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