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을 제작해주신 @leesol 님께 감사드립니다.
올해 3월 13일부터 17일까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미국 물리학회 (American Physical Society) 3월 연례 정기 학술회 (Annual March Meeting)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지금부터 학회에 다녀온 참석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학회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은 다소 딱딱할 수 있으니 학회 일정 이후 뉴올리언스 도심을 구경하고 현지 음식을 소개하는 여행 내용을 주로 다룰 예정이랍니다.
매년 1천만 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는 뉴올리언스는 관광지로도 유명하지만 재즈의 탄생지로 더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음악의 힘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셈이지요. 우리나라에서 한의 정서로 만들어진 노래가 아리랑이라면, 미국에서 노예로 살던 고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흑인들의 노래가 바로 재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음악을 소개할 때 “한이 맺혀있다”고 표현하는데 재즈 역시 바로 그 “한”에서 출발했습니다. 과거 뉴올리언스는 세계적인 목화 수출 교역로였고 그만큼 목화 재배를 흑인 노예들의 노동력에 많이 의존했다고 하는데요. 흑인 노예들이 거래되고, 어렵게 삶을 이어가는 가운데 흑인들의 민속 음악과 백인들의 유럽 음악이 어우러져 재즈라는 새로운 음악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악보를 읽을 줄 몰라도 음악을 배우지 못했어도 타고난 음악적 감각으로 연주하면서 재즈가 발달하니 연주자마다 개성과 특색이 차별화되어 변주가 이어지고 흑인 특유 비트감각이 더해져 갈수록 매력적인 리듬이 추가되니 지금과 같은 재즈를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것이죠.
뉴올리언스의 가장 큰 관광 지구이자 문화예술의 광장 프렌치 쿼터를 가로지르는 거리가 버번 스트리트입니다. 이 버번 스트리트가 바로 재즈의 거리라고 불립니다. 도로와 인도가 꽤 좁습니다. 그 때문에 거리가 더 붐비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거리 사이로 레스토랑, 클럽, 바가 빽빽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밤이 되면 차의 통행이 금지되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도로를 활보합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자유로운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형형색색 화려한 조명이 비춰지고 라이브 음악이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옵니다. 길거리 여기저기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길거리 음주가 대부분의 도시에서 전면 금지되어 있는데 이곳 뉴올리언스와 도박과 관광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두 두시가 유일하게 길거리 음주가 허용됩니다. 덕분에 길거리에서 맥주를 음료수처럼 마시며 돌아다니는 행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거리 곳곳에서 호객행위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고 깜짝 놀랄 만한 복장을 한 쇼걸들도 보입니다. 휘황찬란한 불빛과 왁자지껄한 소음이 가득하지만 혼란스러운 느낌보다는 자유분방한 느낌을 받습니다.
청중이 공연을 감상하던 중에 흥에 겨워 수틀리면 그냥 무대로 나와 함께 공연을 합니다. 말 그대로 모두가 함께 하는 공연인 셈이죠. 흥이 넘치는 한 흑형이 무대에 오르자마자 밴드와 한 마음이 되어 신나게 춤을 춥니다. 이런 광경을 직접 보면 정말 감탄이 나온답니다. 보컬은 관중들을 모두 빨아들일 정도의 압도적인 성량으로 가창력을 뽐내며 무대를 장악합니다.
두 말 할 것 없이 뉴올리언스는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성지 같은 곳입니다. 일반인 입장에서도 재즈를 맛보고 편하게 즐기기에 매우 적합하니 기회가 된다면 꼭 들려보세요. 재즈를 잘 몰라도 이런 분위기 속에 편하게 녹아들 수 있습니다. 재즈를 공부하지 말고 그냥 즐기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대문을 제작해주신 @inhigh 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