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가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황진이: 앙리! 어서 와요. 오랫만이네요.
앙리: 난 생기가 필요해요. 그런 차를 주시겠소?
황진이: 네! 물론이죠! 운남커피를 드시면 생기가 살아날 거에요.
앙: 전번에도 그 커피였는데?
황진이: 우린 생기넘치는 메뉴만 취급하니까요. 요즘 새로 그린 그림 보여주실래요?
당신 그림 정말 신기해요! 어떻게 이렇게 그릴 생각을 했을까? 앙리! 당신 좀 또라이 아니에요?^^
가만! 앙리는 독실한 종교인이잖아요? 화풍은 좀 많이 다른거 아닌가?
앙리: 난 절제의 삶, 독실한 삶을 살아왔소. 어쩌면 그래서 내면의 어린이는 맘껏 뛰놀지 못했는지도 몰라. 내 그림은 아무래도...그 아이가 그리는거 같소.
잘 봐요. 이 색깔의 천진함을...그리고 해초의 이파리...여인의 가슴 선...치마의 무늬...이런건 모두 어린 아이의 시선 아니오?
황진이: 어린애...라고만 볼 수 없어요. 이건 마치 짐승같은 원시성! 인간 내면의 야수와 같은 본능이 강력하게 개입한 느낌이죠.
앙리: 야수라! 그거 멋진데? 내 스타일에 영향을 준 이 친구는 더욱 야수같지 않아요?
앙드레 드랭이라고 하는 친군데. 나랑 살롱에 같이 출품해서 알게 되었다오. 원시성, 야수성은 내가 이 친구 못따라가지.ㅎ
황진이: 그러네요. 원색을 발라서 그리는군요. 원근법은 안중에도 없어. 색들이 서로 울부짖으며 튀어나올 것만 같아!
앙리: 그렇죠? 난 이 친구 때문에 조금 열등감도 느끼고 있어. 어쩌면 저렇게 강렬하고 치열할까?
황진이: 드랭은 무뇌적 야수라면-앙리 당신은 전두엽이 발달한 야수라고 느껴져요. 자기를 제어할줄 알죠.
앙리! 그를 부러워 하지 말아요. 드랭은 드랭, 파브르는 파브르, 앙리는 앙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