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어서오...웰컴! 조ㅡ조또마때구다사이!(주방으로 달려가서) 이런 쥔장! 외국인이에요 어떡해~!
쥔장: 어느 나라사람인데 이리 호들갑이야?
꼬지지한 청색 코트를 걸친 사내가 쾡한 눈을 하고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4번 좌석!
남: 걱정 마슈! 난 스페인사람이지만 이 공간은 만국어통용 팻말이 입구에 붙어있더구만요.
쥔장: 맞다! 만국어통용 허가 얻어놨지! 시공초월허가하고. 내가 그 것땜에 땡빚을 얻었다야!
진이야 어서 가서 주문 받아라.
황진이: 어서오세요. 정열의 나라 스페인 손님! 투우사는 아니겠죠? 근데 표정이 왜 그리 시체상이에요?
사내는 의자에 기대어 천장을 보며 긴 한숨을 뿜었다.
남: 며칠 전 내 절친 카를로스가 죽었소. 권총으로 자기 머리에 빵!
황진이: 어머 뻥치지 마시고..커피 드실거죠? 블랙입니다아!
남: 잠간...내가 지금 돈이 없는데...이 그림을 맡기고 커필 마셔도 되겠습니까?
며칠 안에 찾으러 올테니...이 녀석이 카를로스라오. 잘 생겼죠? 내가 그린 거요.
황진이: 정말이에요? 이 친구가 권총자살했다구요? 그런데...그게 정말인데 그 죽은 친구 초상화를 맡기고 커피를 달라고? 괜히 분위기 처량하게 보이려고 그런 이야기 꾸민 거 알아요.
여기가 이야기찻집이거든요?
남: 날 못 믿는다면...이 그림은 보여드리기만 하겠소. 자살한 그날-난 그 녀석 시체를 곁에 두고 밤새 울면서 이걸 그렸소. 여기! 관자놀이에 총알자국 보입니까? 그 총이 바로 이 총이요!
그는 속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보여주었다. 황진이가 섬칫 놀라 물러서자 권총으로 자기 관자놀이를 겨누었다. 그때 쥔장이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쥔장: 총 집어넣고...커피 마셔요. 장사도 안 되는데...여기서 총 소리나면 내가 당신 묻어버릴테니까.
잠자코 마시라구!
사내는 커피를 마약이라도 흡입하듯 홀짝홀짝 마시더니 동그란 큰 눈으로 쥔장을 노려보았다.
“이 친구-나 때문에 죽었을지도 몰라요. 나 같은 건...뭐..죽어도 ...”
쥔장: 자살했다면서?
사내: 지 애인 죽이려고 찾아갔다가 차마 죽이지 못하고 자기 머리통으로 총알을 날렸죠.
미친...그 여자가 다른 남자를 안고 있었거든요.
황진이: 오 마이갓! 그럼 당신은 그 자식을 찾아서 박살을 내주지그랬어요.
사내; 그 자식이 나거든요.
그는 다시 총구를 자기 머리에 겨눴지만 이번에는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그는 머쓱했는지 총을 안주머니에 집어넣고 일어서서 나가다가 돌아서서 황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란 놈이 어떤 놈인지 안다면 내가 자살한다 해도 안 말릴 거요. 아! 이미 안 말렸군! 나...당신 맘에 들어! 다음에 올 땐 더욱 비참한 그림을 보여주겠어.”
그가 나가자 황진이는 그가 남긴 친구의 초상화를 보며 쥔장에게 물었다.
“이 그림 어떡하죠? 찾으러 올까요?”
“반드시 찾으러 와. 저 친구는 커피 사마실 돈이 없거든? 내가 보기엔 앞으로 1년간은 째지게 가난하게 살 거야.”
“저 사람을..아세요?”
“저 친구-나중에 유명해져. 성격은 좀 드럽지만....그림은 천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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