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진이씨! 오늘 당신이 내게 준 이 차는 너무나 독특해서 뭐라 형언할 수 없소이다.
이게 무슨 차요?
황진이: 숭늉!
파블로: 오! 처음 들어보는 차로군! 나같은 단골에게만 주는거 맞죠?
황진이: 실은 커피값도 없어보이는 사람들에게 제공하죠.
파블로: 이거 맛이 너무나 깊소! 마치 앨 그레코의 그림처럼...
황진이: 앨그렇고는 또 누구여?
파블로: 어제 말한 그 도미니쿠스의 본명이라오.내...
이리 맛있는 차를 마셨으니 당신에게 내 그림을 선물하고픈데...받아주시겠소?
황진이: 오늘은 그림도 화집도 안가져왔잖아요?
파블로: 지금 그대로....내가 그려드리리다. 좋아 그대로 있어봐요.
황진이: 졸지에 결박된 느낌이네...이런 식으로 그림 끄적끄적해서 식대도 때우고 다니는거 아닌가?
파블로: 어제는 이발소에 갔는데...물론 무일푼이었지. 이발사가 내 머릴 예술적으로 다듬어준거요.
그래서 내가 말했지.
"이발사양반! 당신은 진정 예술가요! 이런 예술을 선사받고 내가 시시하게 돈으로 드릴 순 없지.
나도 예술로 답하리다."
그러고는 가지고 간 엽서에 그양반 얼굴을 슥슥 그려주고 왔지.후후후! 그 양반의 황당한 표정이 생각나네.
황진이: 아...얼른 그려요. 다리도 저리고 목도 아프고...찻물은 끓고, 오줌은 마렵고...
파블로: 완성! 이게 당신이요! 멋지지않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