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는 점심 무렵에 들린 고갱을 위해 라면을 끓였다.
고갱은 예술신보를 보는척하고 있었지만 예민한 코는 라면 냄새에 슬쩍슬쩍 반응하고 있었다.
황진이: 고갱! 매운 맛을 좋아하는진 모르지만 먹어요. 그리고 당신 친구 이야기 좀 이어주고.
고갱: 고흐 말인가? 당신은 왜 그 친구에 그리 관심이 많은거요? 지지리궁상을 떨던 녀석인데...
이건 내가 그린 포도밭이요. 난 그려놓고 무한 만족하고 있었지! 저 산더미같은 수확물....보기만해도 취하는 기분이었는데...고흐 이 녀석이 또 포도밭을 그린거야!
이런 불덩어리같은 포도밭이라니....그 자식은 자기 눈으로 본것을 그렸으니 이리 불싸지른 포도밭이 나온거야.
불만 가득한 삶....
황진이: 미안하지만 이 찻집에 하나 걸어놓는다면 난 고흘세! 이 포도밭이 훨씬 좋은걸요?
고갱: 내가..부인하는건 아냐. 그 무렵은 내 전성기가 아니엇으니...아! 내가 비밀 한가지 말해줄까?
사람들은 고흐의 이상한 성격 때문에 내가 그의 노란집으로부터 도망치듯 나온줄 알더군. 실은 고흐가 날 밀어낸거요.
나보고 이러는거야. 그 또라이같은 녀석이..
쥔장: 잠깐! 고갱! 한 다리 건너서 듣고 싶진않아요. 지금 빈센트가 올 것이니 직접 들어봅시다.
황진이: 헉! 정말요? 쥔장...고흐가 여기 온다고요? 맙소사! 거,거울....나 머리도 안감았는데 어떡해~!!!
고갱: 그 녀석 오더라도 라면은 양보 못해! 쥔장 쓸데없는 짓을 했군. 아! 왔나? 빈센트!
쥔장: 어서 와요 빈센트! 당신을 위한 돈 맥클린의 노랠 준비했죠.
빈센트: 안녕하시오. 어..고갱! 자네도 오랫만이군!
황진이: 비,빈센트! 아..이게 꿈이 아닌가요? 아...저 엄청난 포스! 난 당신의 생을 통째로 사랑한답니다!
당신의 광기도...사랑도...가난조차도...그리고 죽음...
빈센트: 죽음? 예술가에게 죽음따윈 없소. 커피나 한잔 주시구려. 뭐 날 사랑하건말건 당신 자유지만...아무 것도 받을건 없을거요.
고갱: 자네 마침 잘 왔어! 밝혀줄게 있네. 내가 자네 집을 떠나 타이티로 간게 누구의 권유였지?
빈센트: 내가 권유했지. 난 자네가 한가지 치명적으로 모자란게 열기라고 봤어. 난 아를에 머무는 것이 적당했지만 자네에겐 무미건조했을거야. 그래서 태양이 작렬하는 타이티로 내가 보낸 셈이지. 가! 꺼지라고! 이 뜨거움도 없는 반푼이 친구야! 이러면서...
고갱: 그래, 고맙네. 난 타이티로 갔지. 그곳은.....엄청난 열기를 내게 보충해줬어. 물론 가난은 전혀 벗어나지 못했고..아니 더했지.
다만 굶어죽거나 얼어죽을 염려는 없었으니...
고흐: 사람들은 완전히 잘못 상상하고 있더군! 난 미지근한 삶은 참지 못해. 특히 화가라면 그렇지.
그런데 고갱 저 친구는 미친 광끼가 부족했어. 정상적인 이성적인 삶이라면 굳이 왜 그림을 그리나?
사람들의 의식의 벽을 깨부수고 더 멀리 더 높이 꿈꾸게 하자는게 우리 꿈 아니었던가?
그런데 넌 안주하려 했어. 감히..나와 살면서도 말이지.
고갱: 날 처음부터 집요하고 달콤하게 당긴건 너였어!
고흐: 물론 나였지. 넌 내가 본 화가 중에 가장 위대한 씨앗이 있었다고 보았지.
그런데...이건 보니 물탕이야. 그 위대한 잠재력을 깨울 노력을 하지않았어.
너에겐 뜨거운 자극이 필요했지. 이 따위로 살거면 나가라고 해도 넌 갈 곳이 없다면서 뭉갰어.
쥔장: 그래서...귀를 잘랐나요?
고흐: 맞아요. 누구는 고갱 저 친구가 내 귀를 자르고 도망갔다는 헛소릴 하더군.
제발이지 그런 미친 끼가 있었다면 난 감사했을거요.
또 뭐? 귀가 안닮게 그려져서 내가 귀를 잘라서 보여주면서 증명하려 했다고? 그건 또 무슨 치기어린 상상인지...
난 내 말을 못알아듣는 이 녀석에게 내 귀를 잘라 피 뚝뚝 흘리면서 내민거요!
비로소 고갱은 정신을 차렸는지 짐을 싸서 가더군!
고갱: 자넨...확실히 또라이였어. 덕분에 난 새로운 지평을 열었지.
쥔장: 타이티에서의 당신의 인생작들이 화사하게 꽃피었죠? 그걸 보여줘요.
고갱: 내일 합시다. 아무리 좋은 내 작품이라지만 스크롤 압박의 끝에 전시하고 싶진 않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