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는 누군가를 찾는듯 찻집 안을 두리번거리다가 황진이에 시선이 머물렀다.
고흐: 마담 안나왔습니까?
황진이: 아! 그 분은 여기 손님이고요. 오늘은 제가 차를 끓일거에요.
저 황진이라고 해요. 앉으세요.
고흐: 난..낮가림이 심해서...특히 여자하고는...
황진이: 우힛! 내가 여자로는 보여요? 귀여운 화가양반!
당신의 초기그림은 왜 그리 지지리궁상이었답니까?
당신이 얼마나 비참한 사람들 속에 머물렀는지 당신과 마신 맥주마저도 쓰디쓴 맛이 나더라네요. 마담이 말해줬어요.
어떻게 그림을 시작했어요? 자선사업이나 할 일이지.
고흐: 1880년-난 스물일곱살인데...내 동생 태오가 나더러 그림으로 인생을 걸어보라더군요.
그녀석이 실은 나보다 그림을 잘 그렸는데...아마...내가 그림 외에는 할줄 아는게 없다고 봤겠죠.
그래서 지는 화가의 길을 포기하고 대신 나를 그 안갯속으로 밀어넣었지.
자기는 그림중개상을 하고 말이요. 난 시골생활을 하면서 그림을 그렸어요.
황진이: 그래요? 그럼 밀레처럼 평화로운 전원풍경이 많이 나왔겠네요?
고흐: 밀레의 이삭줍기와 내 이삭줍기는 종자부터 다릅니다. 보시오.
황진이: 아...이삭줍는 여인이 불행해보여. 으이그...ㅠㅠ 당시 자기 그림의 본색을 몰랐을테니 많은 것을 시도했었겠군요.
고흐: 맞아요. 목탄, 판화, 유화 가리지않고 마구 그려보았던 시기요. 어떤 풍으로 그려야 할지도 몰랐소. 분명한건...
황진이: 당신이 세상의 어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죠!
고흐: 바로 보았소. 난...낮은데로 임하려 했소. 그래야 한마리의 길잃은 양을 구할 수 있었으니...
난 어둠 속에 한점의 불을 밝히는 사람이고 싶었소. 이 그림처럼.
황진이: 그게 가능할까요? 물에 빠진 사람은 물에 빠진 옆사람을 구할 수 없죠. 당신의 치명적인 문제는...스스로 먼저 밝아지지 못했다는 거야. 커피 들어요.
고흐: 식량배급소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천지에 어둠의 눈이 내리는 기분이 들곤 하죠.
난...그들의 얼굴을 차마 그릴수 없었어. 내 그림 속에 사람의 표정이 없는거 아시오? 그들은 전부 죽어있었으니까!
황진이: 칫! 지 얼굴은 표정이 포스작렬이었으면서...
고흐: 커피 맛있구려. 저...샌드위치도 맛보고 싶소만...얼마요?
황진이: 그거 내가 먹던 건데...괜찮으면 드세요.
고흐: 정말이요? 당신건데 ..내가?
황진이: 대신 당신 광대뼈 좀 만져봅시다. 꼭 만져보고 싶었어요.
고흐: 내..광대뼈를..? 아..당황스럽소! 이래서야 내가 샌드위치를 먹을 수가...오! 맛이 정말 훌륭하오!
아니..귀는 왜 만지는거요?
황진이: 아! 좋아라 좋아! 빈센트의 얼굴을 만져본 여인 이 시대엔 없을거야!
당신 귀에 물렁뼈는 생각보다 참 부드러워요.
고흐: 당신 왜 나를 자극하는거요? 나를 쥐어짜봤자 흙물만 나올텐데...
황진이: 난 당신 안에 폭풍의 씨앗을 던졌어요. 이제 가슴 속에서 회오리가 일어날테니...내일 봐요!
고흐: 내 마음 속엔 ..맞아! 이 그림처럼..폭풍 속의 바다가 느껴지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