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일이 결렸소! 이게 무슨 숫잔지 알아요?"
고갱은 갑자기 눈시울이 충혈되면서 입을 열었다.
"내가 배를 타고 타히티에 이를 때까지의 날이 63일이었단 말이지.
난 완전히 과거의 나를 심연에 던져버린거요."
황진이: 아아...그렇게 긴 시간..아니 그 쯤 되면 세월을...어떻게 견딘담?
난 차라리 바다로 몸을 던지고 말거야.
고갱: 정말 견디기 어려웠어. 그러나 기다렸지. 트인 곳에서의 기다림과 한정된 공간에서의 기다림은 비교할수도 없어.
아마 보통 사람 63년을 기다린 것과 같은 세월이었을거요. 하지만 난 알고 있었어.
미래는 열대에 있다는 것을! 모레아섬을 돌아 타히티에 닻을 내렸을 때의 감격....
풍경이 아름다운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어! 그거....흙!!
흙이 얼마나 향기로운 줄 알아요? 그 흙냄새에난 미칠것만 같았어. 난 흙을 핥았어요! 개처럼...
그리고 난 거기서 아이들을 보았소! 그 아이들은...파리에서 본 아이들과는 전혀 달랐어. 다른 종의 생명이었지!
황진이: 당신의 눈이 바뀌어달린게 아니고?
고갱: 그랬겠지! 난 상투적인 서양예술의 방식이 지겨웠어. 그거 아오? 지겨워하고 권태를 잘 느끼는 종족들이 예술가가 된다는거-
난 아이들을 보고 경탄했고...여인들을 보고 감탄했소! 그들의 존재는 깊고도 그윽했고 원색적이었고 숨김이 없었거든!
더구나..그들은 나를 사랑해주었소! 이 쥐뿔도 없는 가난뱅이 화가를!!!
난 타히티에서도 가장 깡촌으로 가서 대나무와 종려나무로 '파레'라는 전통가옥을 지었지.
황진이: 여인을 취했겠지? 당연히...?
고갱: 열네살 소녀를 데리고 살기 시작했소. 웃어? 그래...웃을 수 있지.
하지만 누가 나한테 손가락질 할 수 있겠소? 내가 생명의 진수를 느낀 그 곳에서 사랑을 향유하지 못할 이유가 뭐란 말이오?
그 여인들....모두 나를 쳐다보는듯 했고...난 그 시선이 너무도 감미로웠어. 파리에선 있을 수 없는 호사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