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가 마침 날계란 띄운 쌍화차를 달고 왔다.
파블로는 허겁지겁 쌍화차를 들더니 후후 불어가며 마시기 시작했고 한 손으로는 다식과자를 챙겼다.
앙리는 점잔을 빼는 척하고 있다가 냄새를 맡아보고는 이리저리 살폈다.
쥔장: 젊은 화가님들! 본디 그림이란 무엇이오?
파블로: 속으로 상상한 것을 밖으로 표현하는것이죠. 아닌가요?
앙리: 단순한 질문이 제일 어렵기도 하죠. 그림이라...영혼의 상태를 표현하는것 아니겠어요?
황진이: 쥔장! 이 양반들은 본래 한글을 아니 배워서 깊은 사유는 불감당이라우.
그림은 끌(고어로 글)로 그어서 내 안의 기억을 조립한 것을 펼쳐내는 것이죠. 그려핀다하여 그래피-라는 어휘가 라틴으로 전해지기도 했고요.
파블로: 뭐, 뭐야? 황진이..다시 보이는데?
쥔장: 그러면 그림의 목적은 뭐요? 본디 인간에게 그림이 가지는 가장 큰 효용은 무엇이라 생각하오?
파블로: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것이죠! 고발하여 뜯어고치게 하는 것입니다.
앙리: 아름다운 감수능력을 배양하는 것일겝니다.
황진이: 그림은 끌어당기기 위한 것이었죠. 쥔장 맞죠?
쥔장: 가장 오래 된 그림을 봅시다. 알타미라의 벽화에는 무엇이 그려져 있나요? 그리고 반구대 암각화에는 뭐가 그려져 있죠?
파블로: 물소...고래...사슴...가족의 모습...아!
앙리: 사람들이 원하는것을 그렸군요! 원치않는게 아니라!
쥔장: 그렇습니다. 원치않는것을 그리면 원치않는 것이 끌어당겨지고-원하는 것을 당기면 그것이 당겨지는것입니다.
그래서 초점이 중요한것이죠. 파블로! 당신은 수면 아래 초점을 맞추고 있었어요! 그러니 맨날 삶이 그렇게 당겨지죠. 찌질하고...배고프고...눈 멀고...답답하고...
앙리: 그것 보게나! 이제 자네 그림의 문제가 명확해졌네 인정하나?
쥔장: 앙리! 당신은 마음 속의 이원성을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고 보이는데?
앙리: 네? 이원성?
쥔장: 오늘은 파블로의 이야기로 결론을 내지요. 이제...어둠의 이야기는 끝냅시다. 태양빛을 손바닥으로 막는 짓은 이제 그만하기를!
파블로: 내가....여태...스스로 어둠을 끌어당겼단 말이오? ㅠㅠ 맞아! 맞아! 왜....?
쥔장: 하지만 난 파블로의 가장 최근 그림에서 희망을 보았어요. 전환점을 보았다구요!
이 여인은 한쪽눈을 뜨고 있어! 이제...당신은 세상을 보기 시작한거야. 빛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이제 다시는 어둠으로 내려갈 순 없지! 내 장담컨데...파블로의 청색시댄은 이걸로 끝! 아듀! 휘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