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이 가볍게 날리는 편의점 옥외 탁자에서 뒤늦은 점심을 먹다가 두드립니다. 정제된 글을 적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스치는 단상의 흔적을 기록하는 메모장으로 이 공간을 이용하면 어떨까?
인간이 만들고 또 준수하는 질서는 매우 강고한 체제 같지만, 수많은 개인들의 고정관념이 매일 '리부트'되기 때문에 유지 된다.
'해킹'을 '컴퓨터 해킹'으로만 생각하는 게 상례지만, 좀 더 일반화해서 생각할 수 있다. 가령 "마음에 안 드는 문짝을 빠개서 그걸로 탁자를 만들어 쓰면, 문짝을 '해킹'한 것이다." 즉, < '무엇'을 의도하는 방식과 다른 식으로 사용해서 사람들이 당연시하는 목적과 다른 목적에 쓰면, 그 '무엇'을 해킹한 것 >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생각의 출처는 Brett Scott, Hacking the Future of Money: The Heretic's Guide to Global Finance이다.)
어떤 이에 따르면, 암호화폐(crypto currency)로 부르지 말고 암호자산(crypto asset)으로 부르자고 하는데, 그가 정의하는 암호자산이란 이렇다. "분산 어플리케이션을 작동시켜서 특정한 조직에 자원을 배분하는메커니즘이다." (그의 이름은 까먹었고, 그가 지휘하는 암호화 장부 회사의 도메인은 www.chain.com이다.)
위와 같은 '암호화폐' 정의는 우리가 '화폐'라고 여기는 것의 전통적인 정의와는 전혀 다른 정의다.
'암호화폐'라는 현상 자체가 기존의 무엇을 '해킹'한 것이다. 어떤 '무엇'을 상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해서 사람들이 당연시하는 목적과는 다른 목적에 쓰는 활동일 것이라는 추측. 그 '무엇'이 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들은 얼마 전부터 전통적 화폐가 아닌 것을 '암호'나 '가상'을 붙여서 '화폐'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변화는 기존의 무엇을 전혀 다른 용도에 써서 기존 질서가 재생산되는 회로를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면 좋은데, 마땅한 예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한 변화와 더불어 전통적인 관념에서는A도 아니고 B도 아닌데, 동시에 A이기도 하고 B이기도 한 회색 지대의 활동이나 의미 같은 것이 생겨난다. 이것도 예를 들어야 하는데,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