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대사 해탈시

hs8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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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대사 해탈시 / 인생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 고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군 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 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 소리 치지 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 나가세!

다 바람 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라오.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 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에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 하리오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 하지 마소

잠시 머물러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둔다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 피고

인생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 게 있소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다마는

잠시 대역 연기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짓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 게 있소

기쁜 표정 짓는다 하여 모든 게 기쁜 것만은 아니요.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렇게 사는 겁니다.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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