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호재박스(http://hozaebox.com)입니다.
이 글은 막연하게 암호화폐 시장의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장기투자하시는 일반인 투자자분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드리고자 쓰게 되었습니다. 세세한 부분의 옳고 그름을 떠나, 천천히 글을 읽어보세요. 글을 다 읽는데 10~15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한명의 트레이더로 암호화폐 시장에 입문한지도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트레이딩을 통해 몇 달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벌어보기도 하고, 반대로 벌었던 돈을 고스란히 잃어 속앓이를 했던 적도 있습니다.
암호화폐 트레이딩 & 블록체인 시장에서 저는 ① 일정 수준의 차트 분석이 가능한 트레이더, ② 호재박스 운영자, ③ 포항공대 블록체인 학회 Planet.B의 학회원이라는 3가지 포지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시장에 3가지 포지션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습니다. 여러 관점으로 이 시장을 바라볼 수 있었으니까요.
재미있는 점은 ①번 영역과 ③번 영역에 속한 사람은 다른 영역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트레이딩 위주로 시장에 참여하고 계신분들은 메인넷, ERC-20, 하드포크 등이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반대로 기술적 관점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분들은 이동평균선, 헤드앤숄더 등의 간단한 기술적 분석에 대해 알지 못하는 분들이 대다수 였습니다.
서론이 조금 길었습니다. ①번 영역에 속해 계신분들에게 ③번 영역에 있는 내용을 전달해 드리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입니다. 호재박스의 목표이기도 하구요.
글 제목 ‘불신의 비용’으로 다시 돌아가보죠. 저는 블록체인을 불신이 낳은 기술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중고나라는 구성원 간의 불신이 어떤 비용을 발생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중고나라 거래를 해보신 분들은 ‘에스크로’ 혹은 ‘유니크로’라는 서비스를 아실겁니다. 거래시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개자가 개입하여 거래의 신뢰를 보장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이들은 관리/감독의 댓가로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수수료를 받습니다. 결과적으로 판매자는 더 낮은 가격에 물건을 파는 셈이되고, 구매자는 더 비싼 가격에 물건을 사는 셈이 됩니다.
중개인들이 취하는 중개 수수료에 대한 문제제기는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2015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 경험이 있는 531명을 설문하였더니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비싸다”고 응답한 사람은 82%인데 반해 “싸다”고 대답한 사람은 1.5%에 불과했습니다.
왼쪽은 중개자에 의해 통제되는 거래 시스템을 나타낸 그림입니다. 가운데 팔이 여러개 달린 부처 동상을 은행에 빗대어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중개자(은행)는 수천~수십만 명의 요구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슈퍼맨입니다. 모든 거래는 중개자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중개자는 고객들의 모든 거래 내역(10톤의 책)을 기록/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중개자는 거래를 처리해주고, 장부를 유지해주는 댓가로 수수료를 받습니다.
오른쪽 그림은 블록체인을 통한 거래 시스템을 나타낸 그림입니다. 왼쪽 그림과의 가장 큰 차이는 별도의 중재자가 없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거래의 신뢰는 어떻게 보장할까요? 별도의 중재자를 두지 않는 대신 모든 거래 참여자가 중재자가 됩니다. 모든 사람이 모든 장부(8톤의 책)를 소유하고 있고, 이를 대조하여 신뢰를 보장하는 방식입니다. 중재자에게 수수료 내지 않아도 되지만 장부를 유지해야하는 일을 해야합니다. 또, 모든 장부를 대조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대신 모든 사람이 장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장부 열람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블록체인에 대해 무조건적인 낙관론을 펼치는 사람들이나 대부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백서를 읽어보면 ‘장부 유지 (혹은 데이터 보관)’의 의무에 대한 언급을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데이터를 저장하는 일은 그 자체로도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구글, 페이스북 등 데이터 기반의 회사들은 매년 데이터 저장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수백~수천억원을 쓰고 있습니다. 올해 삼성과 하이닉스가 반도체로 대박을 터트린 이유도 데이터 저장 장치인 메모리의 수요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내용을 아래 표에 간단히 요약해보았습니다.
디도스(DDoS) 공격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여러 대의 컴퓨터에서 한 웹서버의 처리능력을 상회하는 트래픽을 집중시켜서 웹서버를 마비시키는 공격을 말합니다.
블록체인의 전송 수수료가 0원이 된다면 블록체인 네트워크도 디도스와 같은 공격을 받기 쉬워집니다. 악의를 가진 집단이 수수료에 대한 부담없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과부하에 걸리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000개의 지갑을 생성한 후, 자기들끼리 코인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 되겠죠. 공격자는 수수료 부담이 없는데, 네트워크는 검증해야하는 거래가 많아지니 과부하에 걸리게 됩니다. 실제로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도 DDoS 공격을 막기 위해 여러가지 기술을 도입하다가 난관해 봉착해 하드포크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수수료를 높이면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블록체인 기술에서 합리적인 수수료 책정은 굉장히 중요한 이슈 입니다. 이더리움 재단의 수장 비탈릭 부테린도 이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서 해오고 있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
4월 23일 이더리움에 기록된 한 트랜잭션은 이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사건의 요는 이렇습니다. 중국의 북경대에서 교수가 학생을 성폭행하여 자살에 이르게 했다고 합니다. 재학생들은 SNS를 통해 이 교수의 성폭력 조사 결과를 밝히라고 요구했지만, 관련글들이 누군가에 의해 지속적으로 삭제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해당 사건을 이더리움 장부에 기록했고, 강한 검열 권력을 가진 중국마저도 삭제할 수 없는 기록이 되어버렸습니다.
‘파레토 법칙’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경제학에서는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인구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상위 20%의 사람들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빈부격차가 심하다고 말하기도 하죠. 코인 트레이딩 시장은 이 파레토 법칙마저도 부서진 시장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극소수에 의해 지배되는 시장입니다. 내일 비트코인 가격이 어떻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장인거죠. 올해 2월부터 시작된 하락장 속에서 자칭 ‘차트 전문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전부 무너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은 일반인 투자자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한 번 더 강조 드리고 싶습니다.
2018년 5월 24일 저녁 7시 34분, 비트코인의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와중에도 막을 수 없는 흐름은 계속 되고있습니다. 좋은 기술과 Dapp들은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습니다. 일반인 투자자 입장에서 해야하는 일은 계속해서 공부하고, 좋은 회사를 찾아 투자하는 일일겁니다. 함께 공부하고, 좋은 정보는 공유할 수 있도록 호재박스도 노력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호재박스(http://hozaebox.com)도 한 번 방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