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숙공주는 기품이 있다. 후궁의 딸이라고 해도 용손(龍孫, 임금의 자손)이 아닌가. 이요환은 현숙공주에게서 풍기는 기품에 주눅이 드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부마도위 오강우가 문안을 드리러 대궐에 들어오는 날이다. 먼저 임금에게 문안을 드리고 한원부원군(漢原府院君) 조창원(趙昌遠)의 딸인 장렬왕후 조씨에게 문안을 드린다. 이어 현숙공주의 생모인 조소용에게 문안을 드리러 올 것이다.
“법도가 있는데 어떻게 부마도위를 보니? 나는 그렇게 못 해.”
현숙공주가 당황한 표정으로 돌아앉았다. 그녀의 얼굴이 금세 새빨갛게 물들었다. 이요환은 현숙공주의 두 뺨이 붉어지는 것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공주마마.”
“예를 차릴 것 없다. 그냥 언니라고 불러라. 나는 언니라고 부르는 것이 다정해서 더 좋다.”
“언니, 내가 가서 볼까요?”
“싫어. 네가 무엇인데 부마도위의 얼굴을 보느냐? 부마도위가 네 신랑이야?”
현숙공주가 싸늘하게 눈을 흘겼다.
“언니는 부마도위가 보고 싶지 않으세요? 어떤 사람인지 얼굴이 보고 싶죠?”
이요환이 현숙공주의 눈앞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현숙공주가 장난을 거는 이요환의 어깨를 때리는 시늉을 했다.
“못된 것. 이 언니를 골리려는 거지?”
“골리기는요. 나도 부마도위가 보고 싶어요. 나에게는 형부가 되잖아요?”
현숙공주의 생모 조소용과 이요환의 어머니 조씨는 자매 간이다. 조소용은 어릴 때 궁녀로 들어가 인조의 후궁이 되었고 조씨는 첩의 딸이라 사대부의 소실이 되는 것보다 중인인 어의 이형익의 정실부인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보고 싶기야 하지. 허지만 궁중 법도가 엄격한데 어떻게 부마도위의 얼굴을 보느냐? 부끄럽기도 하고….”
현숙공주가 수줍어하면서 고개를 떨어트렸다.
“그러니까 내가 보고 와서 설명을 해 드리면….”
“안 돼.”
현숙공주가 단호하게 선언했다.
“부마도위가 곰보에 곱사등이면 어찌하겠습니까?”
“그럴 리가 있느냐? 듣기에는 임풍옥수(臨風玉樹)의 훤훤장부라고 하더라.”
“내가 듣기에는 곰보라고 하던데요?
“정말? 난 몰라.”
순진한 현숙공주가 울상이 되었다.
“그러니 직접 보셔야 한다니까요.”
“부녀자가 그런 짓을 하면 정숙하지 못한 것이다.”
“언니 저에게 계책이 있어요. 부마도위가 오늘 어머님께 문안을 드리러 오니 발을 치고 살그머니 살펴보세요.”
“어머니가 허락하실까?”
“가요. 내가 허락을 받도록 할게요.”
“나 어떻게 해?”
현숙공주는 부끄러워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요환은 망설이는 현숙공주의 손을 강제로 잡아끌고 조소용의 처소로 달려갔다.
“너희들이 어쩐 일이냐?”
조소용은 비스듬히 누워서 궁녀가 이야기책을 읽는 것을 듣고 있다가 현숙공주와 이요환을 맞이했다.
“이모님, 머리꽂이 좀 주세요.”
문안 인사를 올리자마자 이요환이 다짜고짜 애교를 부렸다.
“망할 것 같으니…. 어찌 너는 나만 보면 무엇을 달라느냐?”
조소용은 눈을 흘기면서도 싫지 않은 듯이 문갑에서 머리꽂이며 비녀, 소삼작노리개 등을 꺼내서 현숙공주와 이요환에게 나누어 주었다. 현숙공주는 패물을 보고도 달가운 기색이 아니었다.
“공주는 어찌 잠자코 있느냐?”
조소용이 딸을 쏘아보면서 물었다.
“공주마마는 걱정이 많아요.”
이요환이 머리꽂이를 살피며 대답했다.
“무슨 걱정?”
“부마도위가 곰보에 곱사등일까 봐 걱정을 하고 있어요.”
“닥쳐라. 부마도위가 어찌 그런 추물이겠느냐?”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것을 어떻게 하겠어요? 공주마마가 걱정하지 않도록 몰래 한 번 보도록 해 주세요.”
“안 된다. 법도에 어긋난다.”
조소용이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공주마마가 바짝 마른 게 보이지 않으세요? 잠도 오지 않고 음식도 목으로 넘길 수 없대요. 그러니 이따가 문안을 올 때 발을 치고라도 한 번 보게 해 주세요. 발을 치면 법도를 어기는 것은 아니잖아요?”
어쩌면 계집아이가 이토록 잘 재잘댈까. 장안에 구변쟁이로 유명한 김인복이라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현숙공주는 얼굴이 창백하여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데 이요환이 청산유수로 지껄이고 있는 것을 본 조소용은 서안을 탁 쳤다.
“저놈의 입, 인두로 지져야 조용하겠느냐?”
조소용의 말에 이요환이 얼굴을 들었다. 그러나 그다지 놀란 기색도 아니었다. 오히려 깜짝 놀란 것은 현숙공주였다.
“어머니, 잘못했어요.”
현숙공주가 재빨리 무릎을 꿇는다. 이요환은 머리꽂이를 머리에 꽂아 볼 정도로 태연하다. 이런 영악한 계집애가 있나. 야단을 치고 있는데 눈 한 번 깜박이지 않다니. 조소용은 한참만에야 이요환의 계략이라는 것을 깨닫고 얼굴에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조소용의 처소 하헌당에 발을 드리웠다. 조소용은 발 앞에 앉고 현숙공주는 그 뒤에 앉았다. 이요환은 발 뒤에 붙어 서 있었다. 하기야 현숙공주도 평생을 함께 살 신랑 놈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었을 것이다. 조소용은 이미 두어 차례 부마도위 오강우의 얼굴을 보았다. 소년학사로 장안에 명성이 쟁쟁한 사대부답게 귀골이고 풍채가 당당했다. 그런 오강우가 곰보며 곱사등일까 봐 걱정이 되어 잠이 안 온다고? 영악한 이요환이 현숙공주를 부추긴 것이 분명하다.
조선 여검객 이진의 숨막히는 진실게임, 소현세자 독살사건, 이수광, 산호와 진주, 페이지 27-32
예전에는 마마라고 불리는 천연두가 많아 곰보가 많았지만 동양의 인두법이 터키를 거쳐 서양 우두법으로 넘어가 스몰 폭스는 박멸이 되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여드름등으로 얼굴 피부에 흉터가 생기는 경우는 줄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점뺀 흉터, 수두나 대상포진 흉터등이 있다.
위와 같은 얼굴의 파인 흉터는 www.imagediet.co.kr 자향미한의원의 흉터침으로 fine파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