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내 생일이었다
생일이지만 아침에도 점심에도
특별할 것 없는 그냥 그런 일상이었다
결혼한 후 해가 지날수록
결혼기념일도 생일도
무뎌져만 갔었다
'생일축하한다'는 말 없이 출근한
남편에게도 서운하지 않은걸 보면
어쩌다 온 생일축하한다는 카톡에도
별 감흥이 없는 걸보면 말이다
저녁이 되어 남편에게 전화를 해보니
조퇴를 하고 집에 오는 길이라고 했다
왜 조퇴를 했냐고 물으니
'오늘 생일이잖아~
미역국 끓여주려고 그러지~'
이러는 것이다.
'아..말은 안해도 기억은 하고 있었구나'
그 마음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생일이라고 특별한 선물도
사랑섞인 말을 해주는 것도 아니지만
정성껏 끓여준
따뜻한 미역국 한 그릇에
고맙고..또 고맙고.. 그랬다
가끔은 말 한마디보다
눈에 보여지는 마음이 담긴 행동에
더 감동스러울 때가 있다
첫째녀석은
아이스크림 케이크에 불을 붙이니
촛불을 빨리 끄려고
'사랑하는 엄마에 생일축하합니다 후~'
이렇게 생일 축하 노래를 대강대강 부르고
둘째녀석은 케이크를 바라보며
숟가락만 빨고 있다
미역국을 끓이고 있는 남편의 뒷모습
나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있는
첫째녀석의 모습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러운 둘째녀석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런게
선물보다 더 값진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하다는데
일상속에서 찾을수 있는 소소한 일들에도
감사함을 자주 느낀다면 행복의 빈도가
늘어나지 않을까
★
최근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행복을 쉽게 설명한 전문가의 책이 있다. 서은국 교수의「행복의 기원」이다. 그는 미국에서 오래 연구한 심리학자로, 인간이 느끼는 행복에 관하여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인용되는 연구자의 한 사람이다.
서교수에 따르면, 행복감이란 결국 뇌에서 느끼는 쾌감이다. 뇌가 특정한 종류의 경험들에 대해 기쁨, 즐거움, 설렘 등의 쾌감을 느끼도록 진화한 것이다. 그런데 실증적 연구 결과, 인간이 행복감을 가장 많이, 자주 느끼는 원천은 바로 인간이었다. 가족, 연인, 친구, 동료....인간은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가장 많은 쾌감을 느끼는, 뼛속까지 사회적인 동물이었던 것이다.
돈은 어느 정도의 문화적 생활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면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중략)
서교수가 이야기하는 또 한 가지 중요한 행복의 메커니즘은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것이다. 이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옛말의 지혜와 같은 이야기다. 아무리 대단한 성취나 환희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무덤덤해지고 만다는 것이다.
(중략)
백억 원의 복권 당첨자 집단에 대한 추적연구 결과 불과 일년 뒤에 이들의 행복감은 주변 이웃 수준으로 복귀했다. 이런 메커니즘 때문에 행복 전략에 있어 큰 것은 한방보다 다양하고 자잘한 즐거움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 심리학의 연구성과다.
- 판사 문유석의 ‘개인주의자 선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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